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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조정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이었을 것이다. 연속해서 발생하는 화재를 막기 위한 특별대책이 절실했음은 자명하다. 당시는 기계식 소방장비 하나 없는 원시적인 상황이었으니 세종이 겪어야 했을 답답함과 고민의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세종은 놀라울 정도로 과감했다. 화재진압은 물론 위험요인의 단속과 제도의 집행을 위한 상설기관을 신설한 것은 대형화재를 겪은 지 불과 10일만이었다. 오늘날의 소방청에 해당하는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치한 것이다. 화재안전을 혁신하려는 세종의 의지는 금화도감이 가졌던 막강한 권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소방청이 공동으로 제천과 밀양화재와 같은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작년 2월부터 운영한 범정부 화재안전특별대책 TF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이것은 화재안전과 관련된 모든 기관이 참여해 수립한 3개 분야 227개 과제로 양과 질 모두 역사상 최대의 대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55만여 동의 건축물 데이터베이스 구축, 가연성 외장재 사용 금지 범위 강화, 전층 방화구획 의무화, 건축물관리법 제정, 화재안전성능 보강 예산지원, 전기설비 안전등급제 도입 등 그동안 소방중심의 안전대책을 넘어 건축과 전기를 포함한 종합대책이다. 그리고 안전기준을 합리화하고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게 예산도 지원한다.
최근 들어 대형화재가 줄고 인명피해도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화재로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600여 년 전 세종대왕도 오늘의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고 어렵더라도 근원적 차원의 대책을 강구했었음을 오는 7월 소방청 개청 2주년을 앞두고 깊이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