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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재은 윤필호 기자] 대기업과 증권사간 총수익스와프(TRS)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 지분을 취득하고, 계열사를 지원하고자 하는 대기업집단(오너일가, 주요 계열사)과 채권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가되 투자위험은 거의 없는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영향이다.
문제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기업)의 경우 위험회피(헤지) 목적이 아닌 TRS(장외파생상품) 거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최근 5년간 10여개 대기업집단에서 30여건의 TRS거래에 대해 계열사 지원, 지분취득 등 의심정황이 있는 것으로 판단,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료를 넘겼다.
11개 대기업집단 TRS거래 활용
9일 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대기업들의 TRS 거래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주로 계열사의 자금 조달과 지분 취득, 재무구조 개선, 인수합병(M&A) 등에 TRS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선 SK, 현대차(005380), 롯데, CJ(001040), 현대, 두산(000150), 금호, 한진(002320), 효성(004800), 세아, LS(006260) 등 11곳이 검색됐다.
SK그룹은 해운 사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TRS를 활용했다. 특히 2017년 4월 기존 SK해운을 SK해운과 SK마리타임으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SK는 SK해운의 기존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한 투자금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 신주를 삼성증권에 3850억원에 넘겼고, 이 거래는 TRS 방식으로 진행됐다. SK는 삼성증권에 2022년까지 SK해운 상장을 약속했다. SK해운이 한앤컴퍼니에 매각되더라도 신주 발행을 통한 인수이기 때문에 삼성증권과 맺은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SK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2012년 해상급유(벙커링) 사업을 물적분할한 자회사 SK B&T를 세웠다. SK B&T FI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조건으로 내건 기업공개(IPO)가 여의치 않아 투자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TRS를 활용했다.
현대차 그룹은 2016년 1월 순환출자 문제 해소를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제철(004020) 지분 6.6%(880만여주·4439억원 규모)를 NH투자증권(005940)에 넘기는 TRS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14년 3월 금호산업(002990) 상호출자 문제를 대신증권과 TRS계약을 맺어 해소한 바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2014년말 한진해운이 발행한 교환사채(EB) 1960억원과 관련 EB 투자자와 맺은 TRS거래에서 15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산(000150)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적이다. 두산중공업(034020)은 지난해 8월 두산밥캣(241560)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지분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에 TRS거래로 넘기며 자금 3681억원을 조달했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엔 두산건설(011160)에 대해 손실을 보전하며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를 대상으로 4000억원 지원에 나선 바 있다.
현대그룹은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예전부터 TRS거래를 활용해왔다. 현대상선(01120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현대유아이 등은 현대증권 2대주주인 자베즈파트너스와 맺은 TRS계약으로 768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공시강화 필요…“TRS 악용 엄단해야”
증권사들은 이같은 TRS거래에서 리스크 부담이 거의 없이 채권 투자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밝힌 TRS거래 평균 수수료율 1.8%를 적용할 경우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최소 1000억원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제재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도 TRS거래에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TRS거래 관련 제도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TRS거래와 관련해선 공시 등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개인투자자 등이 알 수 없는 구조다. 금감원이 적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한국증권 SPC간 TRS거래는 공시된 바 없다. 손실부담 주체가 최태원 회장 개인이기 때문. 설령 기업이 손실부담을 안더라도 사업보고서 주석 등을 모두 뒤져야만 TRS거래 여부를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시 강화 등을 검토중이진 않지만, 기본적인 접근은 TRS거래를 잘 알리고 제대로 공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TRS는 시장에서 효용성이 충분히 인정된 파생거래로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다”며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TRS를 악용한 사례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고, 그런 사례에 대해 예외적으로 패널티를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