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앙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손님이 없어 썰렁한 가운데 칠판에 쓰여진 ‘급매물 있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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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단지뿐 아니라 일반아파트에서도 거래가 급감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값 역시 상승세가 7주 연속 꺾이는 모습이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3% 올랐다. 지난달 1일 0.47%를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이다. 지난 6월 첫째 주(0.02%) 조사 이후 20주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9·13 대책 발표 이후 6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0.01%)했다. 송파구는 0.04% 떨어졌고 서초구와 강남구도 나란히 0.02% 내렸다. 서울 서북권(0.03%)과 서남권(0.04%)도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을 담은 9·13 대책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넘어 본격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 반전하면서 서울 다른 지역도 머지 않아 하락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 “작년 8·2대책 효과가 ‘한 달 천하’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하락 장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해 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내 중앙상가를 둘러보니 분위기는 그야말로 썰렁했다.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손님 없이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고 일부 업소는 불을 끈 채 자리를 비웠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19억1000만원에 팔렸던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가 지금은 화가를 18억원까지 내려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약발이 한 달 정도는 갔던 작년 8·2 대책에 비해 이번에는 파급 효과가 더 오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2 대책이 주택시장에 단기간 충격을 주는데 그쳤다면 9·13 대책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강력한 금융 규제와 세금(종부세) 부담에 불안한 경제 여건까지 맞물리면서 수요 억제 효과를 상당 기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때 80%를 넘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60~70% 밑으로 낮아지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진 것도 집값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강력한 주택 수요 억제책에다 내수 경기 부진, 그리고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한동안 주택 매수 심리가 크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