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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웃으면 복이 온다’는데 요즘 이 사람처럼 많은 복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싶다.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tvN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원작자 정경윤(40) 작가 얘기다. 2013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은 국내 모든 서점에서 로맨스 장르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웹소설은 누적 조회 수 5000만 건을 돌파했다. 배우 박서준과 박민영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시청률 8.4%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 그리고 드라마까지 연이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책으로 출간한 ‘김비서가 왜그럴까’는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자기애로 똘똘 뭉친 부회장 이영준(박서준)을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 김미소(박민영)가 퇴사를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작품이다. 특히 정 작가는 약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대학 졸업 후 곧장 약국을 열었다가 답답한 생활의 탈출구로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전업의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쓴 로맨스 소설만 10편이 넘는다. 4년 전부터는 글쓰기와 육아를 위해 약국을 접고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정 작가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박서준·박민영은 워낙 연기파 배우들이고 내가 생각하던 주인공들의 흐릿한 이미지보다 더 선명하게 캐릭터를 잘 잡아줬다. 지금도 매 순간 기립박수를 치는 중”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본업은 약사였는데 작가로 전업을 했다. 작가와 약사의 삶을 비교해보자면
△약사도 작가도 둘 다 정말 소중한 커리어다. 1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었는데, 그때 글 작업이 숨구멍을 틔워주었다. 하지만 글을 업(業)으로 삼고 거기에만 매달렸다면 지금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약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었기에 즐기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며 살아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남들보다 두 배는 만족하며 살고있는 것 같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작품을 쓰는 데 있어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육아와 글쓰기 작업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약국을 정리한 후로 글 작업은 가족들이 자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주로 하고 있다. 급한 마감이 없다면 웬만해선 낮 동안에는 일상생활과 아이들 케어에만 전념한다. 이렇게 시간대를 분리하면 잠이 줄어 몸은 힘들어도 스트레스는 덜 받더라. 내 일, 내 삶, 그리고 아이들이 모든 워킹맘들의 가장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작품이 인기를 얻고 난 후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아무래도 드라마가 방영되니 더 피부로 느껴지는 모양이더라. 다들 신이 났다. 남편은 첫방송 날 밤잠을 못 자더니 그때부터 매 방영일마다 열심히 안방 1열을 차지하고 있고, 큰애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종종 물어온다고 어색해한다. 어린 딸은 커서 박서준 아저씨랑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 미안하지만 그건 절대 안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직 전혀 납득을 못 하는 것 같은데 더 크면 알아서 이해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사실 가족들의 응원 덕에 계속 글을 쓸 수 있었기에 늘 감사히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