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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쪽은 모릅니더. 까봐야 하지 않겠습니꺼?”
6·13 지방선거 공식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부산에서 만난 바닥민심은 언제 ‘보수텃밭’이었냐는 듯 여당으로 쏠려 있었다. 대놓고 지지하는 이는 적었지만 대화를 이어갈수록 이번엔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에 힘을 싣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힌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 후보가 현 부산시장인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지지율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많은 시민들은 ‘승부는 열어봐야 한다’고 했다. 워낙 보수의 텃밭이었던 지역이고 ‘콘크리트 지지층’인 노년층 표가 결집될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는 안 찍을 겁니다”…곳곳에서 만난 ‘샤이 진보’
25일 오후 부산역에서 올라탄 택시에서 ‘지방선거에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묻자 60대 택시기사 정모씨는 지지 후보를 말하는 대신 ‘우리 정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놨다. 정씨는 서 후보가 졸업한 경남고를 나온 부산 토박이다. 재차 지지후보를 묻자 정씨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번에는 한번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고 에둘러 답했다. 그는 “지난 부산시장 선거 때는 학교 동문회인가 총동창회에서 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말이 없다”며 “지난 선거에는 정 때문에 서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번에는 바꿔야 하지 않겠나”며 오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임을 내비쳤다.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반송시장에서 5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동일(37)씨는 “서 후보가 시장을 하면서 예산은 많이 썼는데 달라지고 발전한 게 없었다”며 “진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퐁당퐁당 해야 하지 않겠나”며 이번에는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백모(59)씨 역시 “현재 부산경제가 최악이다. 자식 2명이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모두 부산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갔다”며 “이번에는 오 후보를 찍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부산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근재호(61)씨는 “젊은 층은 몰라도 우리 세대는 보수를 찍어야 한다”며 “나라가 잘 되려면 여야가 견제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한국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자갈치 시장의 50대 노점상 역시 “그래도 부산은 보수”라며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해도 한국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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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 후보가 오차범위(±3.5%포인트)를 넘어 크게 앞서고 있음에도 부산시민 대부분은 설문조사로 선거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송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용만(55)씨는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앞섰다고 해도 진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80대 부모님과 종친회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으셨다. 여전히 ‘문재인 빨갱이’라고 하시는 어르신들도 많다”고 했다. 버스기사인 차동하(60)씨 역시 “확실한 보수표인 데다 투표율이 높은 어르신들은 설문조사에 잘 응하지 않았을테니 제대로 반영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하긴 하나 이번 선거에서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설문조사 결과대로 오 후보의 압승을 내다보는 시민도 있었다. 택시기사 이모(49)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인 2014년 선거에서도 서 후보는 오 후보를 겨우 이겼다”며 “지금은 보수가 완전히 무너졌는데 서 후보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선거에서 서 후보는 무소속으로 나온 오 후보에 불과 1.31%포인트(2만701표)차로 간신히 이겼다.
불과 3주도 채 안 남은 지방선거에서 ‘샤이 진보’가 민주당에 첫 부산 승리의 감격을 안겨줄 지, 그래도 쟁쟁한 ‘샤이 보수’가 한국당에 힘을 실어줄 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