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이완근 회장이 테슬라 타는 까닭

  • 등록 2018-04-06 오전 5:30:00

    수정 2018-04-06 오전 5:30:00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지난 주 찾은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의 신성이엔지 ‘용인 스마트 공장’에서 중소기업·중견기업의 봄이 찾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올해로 창립 41년을 맞은 신성이엔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자동화장비 및 클린룸설비, 태양전지 등 첨단산업 제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지난 해 매출은 9900억 원. 거친 겨울을 이겨내고 언 땅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봄풀 같기도 하고 개나리, 진달래처럼 꽃을 먼저 터뜨린 뒤 녹색의 옷을 갈아입는 봄 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장 정문을 들어섰을 때 “여긴 공장이 아닌데”라는 느낌을 확 받았다. 공장 한편에 세워져 있는 테슬라 전기자동차 ‘모델S 90D’가 시선을 사로잡은 데다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집열판이 ‘백 투 더 퓨처’를 떠올렸다. 테슬라 자동차는 올해 77세의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이 타는 애마(愛馬)다. 그가 자동차 및 에너지 시장 판도변화의 상징 같은 테슬라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지붕 위 태양광 발전설비는 이 회사의 에너지 자급률 40%의 주역이다. 작년 한국전력에 1억 원어치의 전기를 팔았다.

공장안으로 들어갔다. 이 회사는 이미 ‘꽃 대궐’을 이뤄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연면적 6897㎡ 규모로 지어진 이 공장은 지난 연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표 스마트공장’으로 지정됐다. 팬필터유닛(클린룸부품)을 제조하는 대부분 과정은 사람 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제조공정 자동화비율은 80%. 덤으로 1인당 생산성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팬필터유닛 제조 라인 옆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엔 대형 모니터가 있었다. 이 모니터를 통해 이 공장이 쓰는 전력이 얼마 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장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 현황도 체크할 수 있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거대한 태양광발전소도 이 공장을 스마트하게 만든다. ‘미니 태양광발전소’는 총 650㎾(킬로와트) 발전 능력을 갖고 있다. 216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신성이엔지는 이 가운데 230㎾를 자급한다. 올 상반기까지 100㎾ 태양광발전소를 추가로 증설해 에너지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궁극적으로 탄소와 미세먼지, 전기요금 등이 없는 ‘3무’(無) 공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 ‘NGO’(비정부기구), ‘부도옹’(不倒翁)이라고 불린다. 태양광 외길을 고집스레 걸어왔기 때문이다. 10년 전 태양광투자 바람이 불면서 태양광 셀과 모듈을 만들겠다고 이 사업에 뛰어든 중소·중견기업이 수두룩했으나 지금까지 같은 사업을 지속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신성이엔지도 몇 번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서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 회장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무한에너지 자원”이라며 “신설 공장에서부터 태양광발전을 의무화하면 에너지 쏠림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태양광선언’이라는 단행본을 낼 정도로 이 분야에 애착이 강하다. 이 회장은 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알짜분야인 FA(공장자동화)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는 평생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공장’을 만드는 일에 진력해왔다. 클린룸 부품, FA 사업 등이다.

‘스마트 공장’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신성은 중국 미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헝가리 등에 현지 법인이나 사무소를 둔 글로벌 플레이어다. 대기업만 기웃거린다는 청년들에게 이런 중견기업을 꼭 노크해보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실력도 쌓았고, 수차례 어려움도 이겨냈다. 녹색으로 울창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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