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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올해 문학계는 외국 거장들의 작품으로 더욱 풍성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난해 맨부커상의 영예를 안은 조지 손더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과 주제 사라마구,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마거릿 애트우드와 무라카미 하루키 등 유명 작가들의 소설이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선 굵은 소설에 목마름을 느낀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문명종말·인간폭력성 등 사회문제 풀어
베르베르는 장편 ‘고양이’를 상반기에 열린책들에서 출간한다. ‘개미’(열린책들·2001) ‘파피용’(열린책들·2013) 등으로 국내에서 유명하다. 베르베르는 이번에도 물질 문명의 이기와 인간의 폭력성에 집중했다. 전쟁과 테러로 폐허가 된 파리에 사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 바스테는 인간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하는 게 꿈이다. 실험실에서 태어난 고양이 피타고라스는 그런 바스테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존재다. 바스테와 피타고라스는 함께 인간을 만나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간의 폭력성 앞에 실망만 깊어진다.
베르베르는 고양이를 사랑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상상력 사전’(열린책들·2012), ‘천사들의 제국’(열린책들·2000) 등 그의 소설에서도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 이번 소설이 처음이다.
터키 소설가 파묵은 장편 ‘빨강머리 여인’(민음사)을 하반기 낸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을 통해 자아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수많은 은유적인 표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이스탄불의 모습과 비극적인 단면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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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굴드 등 실화 소재 소설도 기대
손더스는 장편 ‘바르도의 링컨’(문학동네)을 하반기 출간한다. 맨부커상의 영예를 안게 한 그 작품이다. ‘바르도의 링컨’은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11살 난 아들 윌리를 장티푸스로 잃은 뒤 묘지에서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윌리의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다른 영혼들과 대화한다. 제목의 ‘바르도’는 티베트 불교용어로 죽음과 환생 사이의 시간을 의미한다. 손더스는 맨부커상 시상식에서 “불안과 분열의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묻고자 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호주 소설가 리처드 플래너건은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문학동네)과 영국연방작가상 수상작인 ‘굴드의 물고기 책’(문학동네)을 이달 초 출간했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 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 포로인 외과 의사 도리고의 이야기다. 실제 일본군 전쟁포로로 철도 건설 현장에 동원된 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려 이 소설을 썼다. ‘굴드의 물고기 책’은 19세기 실존인물인 윌리엄 뷜로 굴드라는 화가를 중심으로 영국 식민지이자 유형지였던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잔인한 현실과 몽환적 기억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작 이스라엘 소설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문학동네·상반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한 미국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의 ‘퓨리티’(은행나무·상반기), 일본 소설가 니시 가나코의 ‘i’(은행나무·상반기), 하루키 단편 ‘버스데이 걸’(김영사·상반기)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