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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5월 말 일본에 가서 공연을 한다. 마당극으로 활동을 시작해서 그런지 작품과 함께 돌아다닐 때 마음이 편하다. 하루는 여기서, 다음 날에는 저기서 공연하는 것처럼.”
종횡무진이다. 오세혁(36)의 활동이 그렇다. 극작가이면서 연출가이자 배우이기도 한 그는 공연계 전방위에서 활약하고 있다. 마당극·연극의 극작을 거쳐 최근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을 연출했다. 팔색조같은 성공적인 활동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도 얻었다.
△마당극·연극·뮤지컬…전방위 활약
오세혁은 “공연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무엇이든 겪어보지 않고서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출도 극작도 모두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많은 이와 함께 공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즐겁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세혁의 출발점은 마당극이다. 대학 전공은 극작·연출과 무관한 사회학이었다. 대학 시절 풍물패 선배들을 따라 우연히 본 마당극 ‘대한민국 김철식’이 그를 공연계로 이끌었다. 배우 박철민이 수백 명의 사람들을 혼자 웃기고 울리는 것을 보며 마당극의 매력에 빠졌다.
마당극만 하다 보니 갑갑했다. 오세혁은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무대를 만드는 것에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회운동의 현장 마당극과 대학로 상업 연극, 예술적 연극과 상업적 연극의 구분을 짓는 것도 싫었다. “벽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대학로로 들어가 직접 겪어보고 구분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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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적인 ‘극단 걸판’ 만드는 것이 꿈
그때부터 오세혁은 장르·무대·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활동을 펼쳤다. 초심은 지켰다. 사회의식도 변함없이 작품에 반영했다. 공연 중인 연극 ‘보도지침’(6월 1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이 그렇다.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을 통제한 보도지침 사건을 다룬다. 그는 “연극을 할 때는 아무래도 세상이 아름답지 못한 어둠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래서 반대로 뮤지컬에서는 믿음 등 아름다운 가치를 이야기하게 된다”고 했다.
작가로 참여한 신작 뮤지컬도 무대에 오른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밀사-숨겨진 뜻’(이하 ‘밀사’·6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이다. 1907년 일제가 강제로 체결한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파견된 헤이그 특사의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특사 이위종(1884~1924?)이 주인공이다. 외교관에서 독립군을 거쳐 러시아 장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인물이다.
지난해 연말 ‘밀사’의 극본을 썼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시민의 염원이 광장에 모였던 때다. 오세혁은 “시대가 엄혹한 때라 뜨거운 마음으로 극본을 썼다”며 “만약 연출까지 맡았다면 그 뜨거움을 그대로 담고자 했을 것이다. 격변의 시대 속 젊은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밀사’는 ‘라흐마니노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달리 내가 연극을 할 때 담았던 정서와 가깝다”고 귀띔했다.
’보도지침’과 ‘밀사’를 마친 뒤 해외로 나아간다. 지난해 베세토연극제로 만난 중국·일본 극단과의 인연과 깊다. 5월에는 일본에서, 12월에는 중국에서 공연한다. 극단 걸판이 2014년부터 선보인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의 재공연도 준비 중이다. 너무 바쁘게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오세혁은 “내년부터 1년 단위로 연출이면 연출, 극작이면 극작 한 가지 영역만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공연 제작의 모든 분야를 경험하는 것은 극단 걸판을 위해서다. 공연 제작·기획은 물론이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 단원들이 함께 살아갈 공간 등 모든 시스템을 갖춘 자립적인 프로덕션을 만드는 게 꿈이다. 단 하나 변치 않으려는 건 바로 극단 걸판을 위한 이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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