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환자 얼굴에 프락셀레이저 등 피부레이저 시술을 통해 주름·잡티 제거 등을 시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치과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의사 B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법원이 무죄로 결론을 낸 것이다.
치과 교육 과정에 일부 안면미용술이 있다는 이유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레이저 시술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번 결정은 의료인 면허제도의 뿌리를 뒤흔드는 처사다. 사법부는 치과의사 면허와 피부과 의사 면허 차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인가.
한국은 진료 과목별로 전문자격, 전문분야, 전문의가 명백하게 나눠져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전문의’라는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진 의사에게 시술을 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성형관련 의료분쟁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대법원 판결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술과 이에 따른 부작용만 부추기는 셈이다. 문제는 대법원의 그릇된 판결에 따른 잘못된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레이저는 오랜 기간동안 교육과 수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 영역이다. 레이저 시술은 법적으로는 모든 의사가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피부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권고다. 이처럼 전문성이 핵심인 피부시술을 치과의사도 할 수 있도록 한 이번 결정은 논란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대법원 논리라면 피부과의사들도 치과 진료를 못할 이유가 없다. 신경과는 치아 신경치료를, 정형외과는 턱관절 치료를 하면 될 것이다. 이에 따른 의료계 갈등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대법원 판결은 의료계 직능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비정상적인 과잉 진료를 유발시켜 결국 국민이 그 피해를 받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할 대법원이 보편타당성이 떨어지는 이번 판결을 내린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 근간을 통째로 흔드는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영역을 무시한 ‘나눠주기식 의료시술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전문성은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구축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나 복지부는 관련 법·규정을 다시 정비해 직능 간 갈등과 과잉 진료를 예방해 국민건강권을 수호하는 데 의료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