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더럽거나 위험하고 어려운 ‘3D 업종’ 기피 현상으로 중소 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이 우려되자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한 게 지난 1993년이다. 이후 사업장 내 폭행,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근무지 이탈에 따른 불법체류자가 늘자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국내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란 비판이 많다. 일상 생활 속의 차별이나 불편한 시선뿐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강제추방될 것을 우려하는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부당한 대우를 겪어도 어디 하소연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는 2018년 ‘인구 절벽’ 시대가 예고되고 2024년에 이르면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해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해 진다는 뜻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고령화 탓인데, 현실적인 생산가능인구라 할 수 있는 25~54세로 좁혀 보면 노동력 감소는 이미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국내 체류 이주민 수만 약 190만명(2015년 10월 기준)에 이르고 이주민 2세들이 군에 입대하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내키지 않아 하는 짐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우고 있단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말로는 ‘다문화 사회’ ‘글로벌 사회’를 외치면서 여전히 ‘단일민족’ 의식에 사로잡혀 국가·인종·피부색 등을 이유로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백수 청년의 좌충우돌 취업 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방가?방가!’(2010)에서 외국인 노동자 행세를 하던 방태식(김인권 분)은 이렇게 외친다.
“저도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한국에서 밥 먹고 한국에서 돈 벌면 한국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