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납자 부뚜막에 숨겨진 6억원 돈다발

  • 등록 2015-11-27 오전 3:00:00

    수정 2015-11-27 오전 3:00:00

고액·상습 체납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돈을 은밀히 빼돌린 백태가 가관이다.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대구의 서모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돈 6억원을 가죽가방에 넣어 전원주택의 부뚜막 아궁이에 숨겨놓았다가 발각됐다. 서울 성북동의 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던 이모씨는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후 회삿돈을 빼돌려 호화주택을 구입하고는 고급 와인과 명품 가방, 거북선 금 장식 등 고가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세청이 밝힌 사례를 보면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체납자의 온갖 꼼수가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고액·상습체납자는 전국적으로 2200여명에 이르며, 총 체납액은 3조 7800억원에 달한다. 체납자 한 명당 평균 17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더구나 낼 돈이 있으면서도 일부러 내지 않고 있다니, 그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국세청은 체납을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만 은닉행위가 워낙 은밀하고 지능적이어서 악성 체납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수 펑크를 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세수가 예산보다 11조원이 모자라 사상 최대 규모의 결손을 기록한 바 있다. 무상복지 등 복리증진을 위한 재정수요가 늘어나 증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철면피 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찾아내야만 한다. 고액·상습 체납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성실한 납세자들의 박탈감과 조세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세정의에 어긋날뿐 아니라 공정과세 실현에도 저촉된다.

상습 체납자들이 남몰래 돈을 빼돌리면서 ‘안 들키면 재수, 들켜도 본전’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갖지 않도록 더욱 엄격한 처벌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악질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는 방법도 좋지만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사회활동을 할 수 없도록 유치장에 일정 기간 수감하는 ‘감치(監置)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세무서 직원들이 납세자 편의를 봐주면서 비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납세는 선택이 아닌 엄연한 국민의 의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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