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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올해 9월 처음으로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수립과 그 내용이 첫 해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매우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11월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쌀값, 고기값에 부가가치세를 신설할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안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2014년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부가가치세가 면세되었던 대표적인 서민 물품인 쌀, 고기, 과일류와 가계생활비에 직결된 학원비, 도서, 신문, 예술창작품 등에 부가가치세를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보고서는 국내 부가가치세 세율(1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9%, 2013년)의 절반수준이고 면세범위가 넓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4.4%, 2011년)이 OECD 평균(6.9%)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답변처럼 정부는 정말 생필품에 부가가치세를 신설할 계획이 없을까. 그런데 왜 버젓이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 부가가치세의 과세범위를 국제기준에 맞게 조정하고 부가가세 과세범위를 지속확대할 계획을 수립했을까.
2015회계연도 정부예산은 적자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지출 376조원을 맞추기위해서 세수가 부족하다보니 일반회계 부족세입분 43조2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2014년보다 국채발행이 5조2000억원 더 늘었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적자성채무는 올해 31조5000억원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수부족은 경제침체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부자감세정책과 예산낭비가 더 크게 작용했다. 이명박정부의 대기업감세정책으로 4년간 최소 30조원 이상의 법인세가 감면됐다. 종합부동세 감세는 기업분까지 포함하면 매년 2조원 이상이 감면됐다.
정부도 세수부족을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대책은 황당하다. 담배값을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고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두세인 주민세도 올리겠다고 한다. 자동차세도 인상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4조2000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이겠다고 한다.
그동안 직장인들이 주로 가입하던 세금우대종합저축을 폐지해 연간 1400억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한다. 싱글세 도입도 들고 나왔다. 저출산대책으로 독신자에게 세금을 걷겠다는 발상인데 정부는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의 농담이 와전되었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은 서민들 호주머니만 뒤적이고 있는데도 입으로는 서민증세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부가가치세 신설은 없다고 하면서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 그 내용을 담았다. 쌀·고기·과일·야채 등 서민생필품에 대한 증세는 서민경제만 힘들게 할 뿐이다. 그것은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전담이다. 서민이 힘들면 내수가 힘들고, 내수가 힘들면 박근혜정부의 대기업우선정책도 아무런 효과 없이 설 자리만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