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와 살이 타는 밤'은 계속된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 개인전
44점…삼청동 학고재에서 27일까지
반복되는 역사에 대한 비판과 풍자담아
  • 등록 2014-07-04 오전 7:02:00

    수정 2014-07-04 오전 7:02:00

양아치 ‘뼈와 살이 타는 밤’(사진= 학고재갤러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80년 무력을 앞세워 정권을 탈취한 신군부는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섹스·스포츠·스크린 등 이른바 3S 정책을 편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이 출범했고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은 느슨해졌다. 극장에서는 청소년들이 볼 수 없는 19금 에로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그 중 하나가 조영화 감독의 ‘뼈와 살이 타는 밤’(1985)이었다. ‘뼈와 살이 타는 밤’은 이후 1980년대 3S 정책의 상징적인 타이틀로 널리 회자됐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45·본명 조성진)의 개인전 ‘뼈와 살이 타는 밤’은 작가가 직접 전시회 제목을 정했다. “80년대 당시 ‘3S’ 정책으로 변화한 사회와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병든 사회가 비슷하다”는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대학에서 조소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2002년 첫 개인전인 ‘양아치 조합’을 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후 영상과 사진, 조소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작품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44점 대부분은 작가가 반 년 동안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이다. 작가는 개인적인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야간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은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통로가 됐다. 장희빈 기도터, 치마바위 미륵존불, 여인바위 대구무당, 범바위 고양이 등 인왕산 곳곳에 숨어 있는 실제와 환상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다만 그 경험들이 단순히 사적인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경계했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40대 작가’로서 사회참여적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고.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는 물론 관람객들이 찾아내야 할 몫이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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