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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통사회에서 근대로의 이행기, 이 땅에 수입된 서양 모던댄스는 단숨에 대중의 심미안을 자극했다. ‘이상한 배를 타고’ 건너온 모던댄스는 ‘양춤’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전수 혹은 답습이 아닌 자유로운 신체성에 바탕한 독특한 움직임 문법은 낯설지만 심미적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모던댄스의 화두, 즉 자유로운 창작정신은 근·현대 한국 의 무대미학을 견인했다.
1960년대 춤아카데미즘이 구현되면서 한국 현대춤의 목표는 지성화와 창작화, 그리고 순수예술화로 모아졌다. 창작의 자율성에 대한 열망은 장르파괴를 가속화했다. 삼분법적 장르파괴를 표방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은 기존의 완고한 무용교육시스템에 충격을 던졌다. 예술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도 낯설지 않다. 지난달 23일과 24일 양일간 서울 화랑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K-Arts무용단 정기공연’은 무용원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 무대였다.
김삼진의 ‘네 번째 시도’ 역시 같은 프레임으로 읽힌다. 장르를 간파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문법의 움직임이 혼재돼 있다. 타악 리듬과 거문고 선율에 맞춘 6인무는 부드럽게 혹은 격정적으로 삶을 객관화한다. 한국춤 몸짓을 변용한 현대적 움직임과 전통가락의 어울림이 이채롭다. 전통이 창작의 원천임을 새삼 일깨운 무대였다.
장미꽃 제의식 장면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일종의 씻김굿이다. 통탄에 빠져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안겨준다.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정신의 발로다. 후반부 관객과 무용수가 하나된 혼연일체의 장면은 감동적이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딛고 우리 모두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무언의 메시지다. 예술(춤)의 힘이 오롯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