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임원의 자성 “신뢰 회복해야 ‘불신의 벽’ 걷힐 것”

  • 등록 2013-08-14 오전 6:00:11

    수정 2013-08-14 오전 6:00:11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금감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 어떠한 변명이나 논리적 타당성도 먹혀들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리 누가 뭐래도 너는 믿는다’ 할 정도의 강한 신뢰가 필요하다.”

권인원(사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직원들에게 신뢰 회복을 주문하고 나섰다.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신뢰를 회복해야 진실을 감췄던 ‘불신의 벽’도 걷힐 것이란 게 권 부원장보의 소신이다.

평소 묵묵하기로 소문난 권 부원장보가 ‘신뢰 회복’을 강조한 것은 최근 바이오벤처기업 알앤엘바이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윤모 금감원 연구위원 ‘사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연구위원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 여론은 곧바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하라는 일은 제대로 못 하면서 권력과 돈만 누린다” “금감원이 하는 일은 모두 악취를 풍긴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윤 연구위원이 석방될 때는 무관심이었고, 저축은행 사태 이후 쌓아놓은 금감원의 신뢰는 다시 금이 갈 대로 갔다. 지난 2007년 이후 금감원은 김중회 부원장, 박광철 부원장, 김장호 부원장보 등 8명이 저축은행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또는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로 판명된 바 있다.

권 부원장보는 “불신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실 여부를 볼만한 생각의 여유가 조금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0년 ‘정현준 게이트’라 불리는 동방금고 대출비리 사건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다.

“정현준씨가 평창정보통신의 주식을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뇌물로 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평창정보통신의 2000여명 주주 가운데 금감원 임직원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무려 123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권 부원장보는 이 같은 국민 불신이 금감원을 제 목소리도 못 내는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보호 부서와 감독·검사부서가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백번 좋다”면서도 “그러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적대 관계’로 낙인이 찍혀 있다”고 토로했다.

권 부원장보는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쳐도 들어줄 사람은 없다면서 ‘보통 수준의 청렴성’이 아니라 ‘아무리 누가 뭐래도 너는 믿는다’는 강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신뢰를 회복하는 그날, 진실을 감췄던 ‘불신의 벽’도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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