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늘었지만 대부분 빚..자산 처분이 해결책

  • 등록 2012-07-03 오전 7:01:00

    수정 2012-07-03 오전 9:16:2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7월 03일자 3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가 진정과 확산을 반복하면서 기업들이 크게 움추러들고 있다. 비핵심자산과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올 1분기 유가증권 상장사 635곳의 현금성자산은 60조8304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4%나 늘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외부자금 수혈, 선수금 증가 등 위기대응의 결과다. 즉, 내부 현금이 없어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오다 보니 이를 갚기 위해 연쇄적으로 타법인 출자지분 처분 등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휘청이는 경제로 인해 부실화되고 있는 ‘미운오리’ 자회사들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움직임이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삼듯 적극적인 신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도 눈에 띈다.

◇ 부실 자회사 자금 수혈도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동양리조트를 팔아 자기자본의 16%가 넘는 393억원을 확보했고, 금호산업의 경우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우건설, 서울고속버스터미날, 금호고속을 패키지 매각하며 자기자본의 126%를 충당했다.

사조오양은 계열사인 사조산업 지분을 팔아 55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대우시멘트 산동유한공사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비주력 사업정리에 나섰다.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로 인한 차입금 부담 등을 감안해 삼성에버랜드 지분 전량을 매각, 107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일부 기업들은 악화일로인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있다. JW홀딩스는 JW중외메디칼에 100억원을 지원했고, 보해양조도 보해B&F에 56억원을 대줬다.

대신증권은 대신자산운용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260억원을 지원했다. 아주캐피탈은 3년연속 당기손실을 기록중인 아주저축은행에 300억원을, TCC동양은 TCC벤칸코리아에 106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채워줬다.

◇ LG SK 등 대기업 베팅 ‘눈길’

반면 일부 기업들의 사업확장은 ‘발등에 불끄기’가 주류인 지금의 기업 상황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대부분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로 이미 취득이 예정돼 있었거나 일부는 역발상 투자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상사(001120)는 다음달 인도네시아 석탄광산 지분 60%를 2428억원에 인수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LG상사 자기자본의 20%에 가까운 규모로 아시아 석탄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도약하기 위해 이같은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권해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상사의 자원개발기업으로서 역량이 강화되고 있으며 개발물량 확대로 원자재 가격 변동에 의한 실적 변동성도 낮아질 것”이라며 “자원개발기업으로서 성장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업체인 미국 LAMD사 지분 100%를 2870억원에 인수했고, 한국가스공사는 호주 KOGAS Prelude pty Ltd.의 지분 100%를 8050억원에 인수했다. 이밖에 롯데미도파는 베트남 호치민 타오 디엔 인베스트먼트사 인수를 위해 716억원의 롯데 랜드 프라이빗 리미티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NICE홀딩스는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해 200억원을 들여 아이티엠반도체 지분을 사들였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성능 향상을 위해 컨트롤러 부문 관련 개선이 필요했다”며 “이번 인수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삼성과 현대차 등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였다는 점을 교훈삼아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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