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장엽 통해 ''서울올림픽 보이콧'' 소련에 요청

  • 등록 2009-10-31 오전 9:58:12

    수정 2009-10-31 오전 9:58:12

[노컷뉴스 제공] 북한이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옛 소련에 올림픽 보이콧이나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를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또 한-蘇 수교까지 저지하려 했지만 소련이 북한 측의 요구를 모두 거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와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이 공동 발굴한 옛 소련의 외교문서를 통해 30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서울올림픽 개최 2년 전인 1986년 5월 16일 당시 김일성 주석의 최측근인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를 모스크바로 급파해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를 소련이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황 비서는 당시 소련의 2인자인 알렉산드르 야코플레프 공산당 서기와 만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서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행동 통일과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위해 소련이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공동개최가 무산될 경우 올림픽 운동(Olympic movement)에 중대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고, 소련이 서울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남한을 압박해 줄 것도 제안했다.

황 비서는 북한의 입장은 평양에서 3∼4개 종목의 경기를 개최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라면서, 끝내 남북 공동개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올림픽 개최도시의 이름(서울)을 빼고 '제24회 올림픽'으로만 부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야코블레프는 북한에 신중한 행동을 주문하면서 올림픽 보이콧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은 이듬해 KAL기 폭파 테러를 감행했다.

그런가하면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뒤 한국이 헝가리와 수교하고 소련과의 수교 움직임까지 가시화되자 1988년 10월 18일 황장엽 비서는 다시 모스크바를 방문해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지 않도록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야코블레프는 급변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맞춰 새로운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면서 북한에 대해 낡은 사고를 버리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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