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에 울고웃는 증권사 `일단 한숨 돌렸지만…`

CMA-ELS 늘리다보니 금리리스크 `사상최고`
널뛰는 실적에도 대책없어…"판매경쟁 자제할때"
  • 등록 2009-01-11 오전 11:20:00

    수정 2009-01-11 오전 10:35:36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증권사들의 실적이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온 금리 리스크로 인해 시중금리 등락에 따라 수익도 들쭉날쭉하고 있는 탓이다. 증권사들의 고민도 커져가지만 별다른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 관련기사: 1월11일 오전 11시10분 채권 늘린 증권사, 금리리스크 `사상최고`)

1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말(9월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59조7000억원으로 60조원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만에 무려 9조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금리 변동에 따라 증권회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액을 계량화한 금리위험액은 7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총위험액 가운데 금리위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기록했다. 금리위험액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렇다보니 증권사들의 순이익도 분기별로, 월별로 심한 등락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던 작년 4분기(올 1~3월)의 경우 증권사들의 단기채권운용수익이 무려 7474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올들어 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올 1분기와 2분기에는 채권운용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각각 787억원, 1709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2분기에는 순손실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증권사들의 채권운용수익이 재차 크게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별로도 작년 9월말 현재 총 6조3317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이중 회사채가 1조2237억원으로 가장 많은 대우증권(006800)은 2분기 적자에서 3분기 대규모 흑자로 급반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처럼 보유채권 급증으로 인한 금리변동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이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보유채권이 크게 늘어난 이유가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ELS나 CMA 상품 판매에 따른 것이기 때문.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채권을 줄이면 되지만, 대부분이 CMA와 ELS에 연계돼 있어 상품 만기나 해지 전까지 채권을 팔 수도 없다.

그렇다고 시장거래가 줄어들고 펀드 판매나 투자은행(IB) 관련 딜이 크게 위축된 마당에 CMA나 ELS를 더이상 판매하지 않고는 버티기 쉽지 않다.

"가지고 있는 채권이 늘어나면서 금리 변동이 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렇다고 CMA나 ELS 판매를 등한시할 수도 없다"는 증권업계 관계자의 발언이 이런 고민을 잘 드러내준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 금리 리스크 악몽으로부터 당분간은 한숨 돌렸다는 점이다.

결국 길게 보면서 CMA 금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잔존만기)을 탄력적으로 가져가고 일부 파생상품을 이용해 헤지하는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이상조 예금보험공사 리스크감시1부 증권팀장은 "무리한 수신 경쟁을 자제함으로써 과도한 채권 보유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
☞대우證, 1년반만에 `분기순익 1위` 복귀할듯
☞(머니팁)대우증권, 조기상환형 ELS 2종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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