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초 서킷시티가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베스트바이가 연간 실적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가 더욱 고조됐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 소비 위축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에 직면하게 되면서 연일 기업발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도 베스트바이 뿐만 아니라 메이시의 분기 손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구제금융 요청설, 모간스탠리의 감원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내놓은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수정안에 대한 실망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한 달만에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렸다.
폴슨 장관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나머지 자금을 소비자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실채권 직접매입 방안은 철회하기로 했다.
주요 지수는 장중 내내 낙폭을 키우는 암울한 장세를 연출했다. 나스닥은 1500선을 하회하면서 5년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8282.66으로 전일대비 411.30포인트(4.73%)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99.21로 81.69포인트(5.17%) 추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852.30으로 46.65포인트(5.19%) 밀려났다.
국제 유가는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원유 수요 전망 하향 여파로 배럴당 56달러선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3.17달러(5.3%) 내린 56.16달러로 마감했다.
◇베스트바이 등 소매-에너지-금융주 `하락`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BY)는 8% 급락했다. 베스트바이는 이날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베스트바이는 오는 2월 마감되는 회계년도 2009년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3.25~3.40달러에서 2.30~2.90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팩트셋리서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3.06달러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아울러 이번 회계년도의 남은 4개월동안 동일점포매출이 5~15%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계년도 전체 매출은 1~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베스트바이는 당초 이번 회계년도 동일점포매출이 2~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었다.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M)도 11% 떨어졌다.
메이시는 3분기 4400만달러(주당 10센트)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 3300만달러(주당 8센트)의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손실은 8센트로 톰슨 로이터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9센트보다는 손실폭이 훨씬 적었다.
메이시는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1.30~1.50달러로 유지했다. 아울러 내년 자본지출을 종전 10억달러에서 5억5000만~6억6000만달러로 45%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실적이 악화된 스타벅스(SBUX)도 6.6% 추가 하락했다.
최근 은행지주사 전환이 승인된 미국 신용카드사 아멕스(AXP)는 10.5%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멕스가 미국 정부에 3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5~10% 규모의 추가 감원 계획이 전해진 모간스탠리(MS)도 15.2% 밀려났다. 에너지주 엑손모빌(XOM)도 5.1% 내렸다.
`인터넷 황제` 구글(GOOG)은 6.6% 급락, 지난 2005년말 이후 처음으로 3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자동차업계에 대한 추가 지원을 추진중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내주 중 하원에 추가 자동차 지원안을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美 구제금융, 소비자 신용 지원에 초점-부실채권 매입 철회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나머지 구제금융자금을 소비자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등 소비자 신용 부문의 경색으로 미국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실업이 늘고 있다"며 "7000억달러 구제금융의 절반을 소비자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폴슨 장관은 당초 계획했던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은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 대한 자본 투입은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재부무는 민간 부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회사에 한해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민간에서 조달한 자금에 상응하는 특정 비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폴슨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구제금융의 일정자금을 민간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슨 장관은 이와 함께 구제금융 가운데 일부 자금을 비(非)금융권에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무부는 7000억달러 구제금융의 1차분인 3500억달러 가운데 600억달러만을 남겨놓고 있다. 2500억달러는 대형 은행들에 투입하고, 400억달러는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우선주 매입에 사용하기로 한 상태다.
재무부는 조만간 의회에 2차 구제금융자금 3500억달러에 대한 승인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