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지주사 경영진 선임에 강하게 반대하는 한편 한창 바쁜 지주사설립기획단도 물갈이 인사로 혼란스럽다.
설상가상으로 주가 약세로 주식매수청구 물량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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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설립추진위원회에 참석하려던 경영진들은 노조가 국민은행 여의도 본사, 63빌딩을 오가며 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돌고 돌아 본사 진입을 다시 시도했을 때는 진을 치고 있던 노조와 부딪치며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결국 황 내정자의 국민은행 첫 출입은 무산됐고 일부 사외이사 없이 지추위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노조는 황 내정자에 이어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KB지주 사장으로 내정된 것에도 반발하며 본사 정문에 천막을 치고 본격적인 `투쟁모드`에 돌입했다.
황 내정자가 의결권 없는 지추위원으로 참석하면서 지주사 설립 작업을 진두지휘하려는 계획이지만, 현재 국민은행 출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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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설립 주무부서인 지주회사설립기획단의 느닷없는 인사에 대해서도 은행 안팎에선 말이 있다.
지난해 10월 기획단 발족부터 지주사 설립 준비를 총괄해오던 김기홍 지주사설립기획단장(부행장)이 KB금융지주 출범 두 달여를 앞두고 사퇴했다.
또 김 부행장 밑에서 주요 실무를 담당해오던 지주회사설립사무국 내 2명의 팀장들이 돌연 지점으로 발령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을 코 앞에 두고 가장 바쁜 시기에 총괄 책임자와 실무진들이 교체되는 것은 이례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의 난제는 또 있다. 가뜩이나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와중에 지난 8일 외국계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국민은행 주가는 석 달여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폭락했다.
당장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효과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데다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경우 여러차례 자금조달에 나서야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그렇다고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조정하면 지주사 전환 일정이 미뤄지거나 주주와의 법정 분쟁을 감수해야할 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주사 전환 준비작업 하나하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데다 노조 반대에 주식시장까지 받쳐주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주총 전까지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주사 전환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역 바이러스는 한번 걸린 후 일생동안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노조와의 마찰과 조직원들의 혼란, 주변 여건 악화까지 겹친 국민은행이 이번 홍역을 앓고 난 후 건강한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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