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외환당국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지난 6일 외환보유고를 공급하는 고강도 시장개입에 나섰고 7일 대통령까지 나서 물가,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 지표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이제 외환당국은 환율이 안정될 때 까지 무한정 개입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
그러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엔화가 어디로 움직일 지, 국내외 증시는 안정될 지, 경제불안을 야기할 또다른 변수가 돌출하지는 않을 지 모두가 예측불능이다. 환율에 영향을 끼칠 변수들이 당국의 개입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않을 경우 당국은 막대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당국으로선 시장의 믿음을 얻는게 최우선이다.
◇지난주 외환시장 동향
지난 2일 1332원에서 한 주를 시작한 환율은 4일 1365.30원까지 폭등한 뒤 6일 1342.1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4일 21.50원이 폭등했고 6일 23.10원이 폭락했다. 특히 6일 당국은 외환보유고를 공급하는 직접개입에 나섰다. 한국은행 이재욱 부총재보는 식목일 휴일이던 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외환수급상황과 대외신인도 등에 비춰볼때 현재 외환시장은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한은 고위관계자는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동원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미"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6일 4억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직접개입을 통해 환율을 23원이상 끌어내렸다.
◇당국의 개입, 어디까지 이어지나
당국은 이제 환율이 안정됐다는 확고한 인식이 뿌리내릴 때까지 개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난 6일 시장개입을 앞두고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한마디로 향후 상황을 표현했다. 폭락이 불가피하다는 의미. 대통령에게 환율안정의지를 밝힌 마당에 후퇴는 쉽지않다.
문제는 어느 선을 환율안정으로 보느냐다. 또 목표선에 달했더라도 그 이후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나 외환보유고를 퍼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는 개입이 환율안정의 최후수단임을 누구나 알고있다. 당연히 최후수단이 잘 통하지않을 경우가 큰 문제다.
6일 환율은 1340원선에서 강하게 지지됐다. 에너지 수입업체등 기업들의 저가매수세가 활발하게 유입됐고 역외세력도 쉽게 달러를 팔 생각을 안했다. 그날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은 오히려 나스닥 급락의 영향으로 1344원수준까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외세력은 ‘아직 달러를 팔 때가 아니다’라는 분위기였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6일 당국의 개입이 강했는지, 약했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며 “강한 개입이었는데도 환율이 1340원선에서 지지됐다면 시장마인드가 여전히 환율상승쪽임을 증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당국의 개입규모는 주변여건에 따라선 훨씬 더 큰 규모도 단행돼야할 상황이다.
물론 당국이 하루 23원정도의 하락폭을 당초부터 염두에 두었다면 그날 개입은 성공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외환시장 주위변수에 여전히 관심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말 123엔대로 급락했다. 일본당국도 시장개입을 공언하고있다. 한미일 외환당국의 공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달러강세를 우려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및 한,중,일 등 13개국 차관급회담에서 논의될 환율안정 공조방안의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엔 환율의 추세에 대해선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잠시의 조정을 거칠 뿐이며 곧 상승추세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대편에는 조정국면이 좀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증시의 침체와 국내증시의 무기력은 환율안정에 부담이다. 이 부분에선 뚜렷한 회복의 기미를 엿볼 수 없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6일 환율이 폭락한 데는 당국의 개입과 함께 달러/엔 환율 안정, 국내외 증시 회복등 다양한 호조건이 도움을 주었다”며 “반대의 조건속에서 당국의 개입은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 시장의 믿음을 얻어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아직도 당국의 개입효과를 반신반의하고있다. 97년 외환위기때 당국의 개입이 허무하게 무너진 경험을 한 탓이다. 이런 부정적 경험은 지금 시장의 불신을 초래하고있다. 시장참가자들이 지금처럼 당국의 개입을 저가에 달러를 사둘 수 있는 호기로 받아들이는 한 당국은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시장이 자꾸 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국도 지적했듯 현재 환율상승에는 투기적인 달러가수요가 큰 영향을 끼치고있다. 가수요도 시장의 일부분으로 인정한다면 치밀한 시장설득노력이 함께 진행돼야한다.
시장참가자들의 이번주 환율예상범위는 1320~1370원까지 넓게 퍼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