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아이가 어린이집도 다니고 아내도 오전엔 숨 쉴 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내는 늘 전업주부가 힘들다면서 퇴근하고 온 저를 들들 볶아요. 진짜 전업주부가 그렇게 힘드나요? 정말 직장생활보다 더 힘이 들까요?
“집안 살림이며 아이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냐”면서 제가 조금이라도 쉬면, 불평·불만을 털어놓습니다. ‘너무 짜증이 나서 사표 던지고 역할 바꾸기라도 해볼까’ 싶어도 생활이 무너질 것 같아 불가능하잖아요. 대체 직장생활 하는 남편은 집안일이며 육아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건가요?
이혼을 할 때 전업주부도 일정 정도 재산분할을 해주잖아요. 그렇다면 전업주부도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와선 육아와 살림까지 부담을 느끼면 대체 어떻게 하란 건지. 법적으로는 어떤가요? 이혼 시 전업주부의 재산분할은 어느 정도 될까요? 외벌이인 경우 집안일을 돕지 않으면 이혼사유가 될까요?
-최근에는 남성들도 전업주부로 가사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요?
△전업주부란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를 의미합니다. 흔히 전업주부라고 하면, 여성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이른바 ‘남성 전업주부’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업주부의 노동에는 청소, 빨래, 요리, 육아 등이 있는데요. 이러한 가사노동과 육아 역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당연히 해야 하는 집안일 정도로 치부해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해 온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490조 9000억원(2019년 기준)에 달합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5.5%를 차지하는 수준인 만큼 사실상 그 가치가 상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이혼 시 전업주부의 재산분할은 어느 정도 인정되나요?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아내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으로 내조를 함으로써 부부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했다면 함께 이룩한 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산 형성에 대한 가사노동의 기여를 인정하고 재산분할에서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법원은 혼인기간, 재산의 취득 경위, 재산의 유지 및 관리에 기여한 정도 등 당사자 쌍방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게 되는데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전업주부라도 40~50%의 재산분할 비율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의 노동 가치를 인정한 재산분할 판결,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이는 약 30년 이상의 혼인기간 동안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고, 그 밖에 혼인할 당시 아내의 부모가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준 점, 아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의 상당 부분이 부부공동재산에 포함된 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산정한 결과입니다.
-외벌이 남성이 집안일이나 육아를 하지 않는 것은 이혼 사유가 될까요?
△민법 제826조 제1항에 의하면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나, 외벌이 남성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아내의 요청을 지속적으로 무시함으로써 부부 간 갈등이 심화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우,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 역시 가족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부부 간에 서로 협력해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