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여전한 4월 위기설…건설주 봄날은 언제

KRX건설지수, 올들어 8.89% 하락…삼성E&A 14%↓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경기 침체…부도 급증
'해외수주' 대형사도 네옴시티 축소에 지정학 긴장 고조
4월 위기설 속 "내릴만큼 내려…우려 과도" 목소리도
  • 등록 2024-04-18 오전 5:00:00

    수정 2024-04-18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고금리 장기화 속에 분양 시장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을 둘러싼 긴장감마저 고조하며 건설주가 또다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총선이 끝나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까지 재차 불거지며 건설주는 연초 이후 9% 가까이 미끄러졌다. 문제는 개선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끄러지는 건설주…연초 이후 8% ‘털썩’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KRX건설’ 지수는 올 들어 8.89% 하락한 617.80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하락률(2.68%)보다 한참 가파른 수준이다. KRX건설지수는 삼성E&A(028050)현대건설(000720) 등 27개로 구성된 건설지수다.

개별종목의 하락세는 마찬가지다. 삼성E&A(028050)는 이날 무려 5.16% 내렸고 GS건설(006360)도 1.54% 하락했다. 이 두 종목은 연초 이후 각각 14.48%, 6.26%씩 떨어졌다.

작년부터 이어진 건설주의 약세는 기본적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다. 고금리가 길어지며 주택 거래가 줄어든데다, 악성 미분양도 늘었다.이같은 침체가 장기화하자 일부 건설사는 생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 폐업 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5.3% 늘었다.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지난 3개월 동안 총 9곳에 이른다.

해외 수주를 바탕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의 분위기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악재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되며 위기감이 확대하면 단기적으로는 해외 수주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총선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근거 없다”며 일축하자 이번에는 ‘5월 위기설’까지 대두하고 있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134조3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많아졌다. 2022년 말(130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5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여전히 부동산경기의 개선신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PF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 중 절반 이상은 브릿지론(고금리 단기대출)이라 투자심리는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PF 리스크 확대 우려 속…“업황 회복 모멘텀” 기대도

부동산PF 문제가 불거지면 증시 전반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서서히 완화하는 가운데 부동산PF 등 시스템을 뒤흔들 악재가 터지면 시장의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건설주나 부동산PF와 관련된 금융주만 아니라 증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글로벌 차원에서 신용 위험이 크게 불거지고 있지 않지만, 국내 문제 중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PF 리스크 등 신용관련 위험이 잠재해 있다”라며 “신용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충분히 하락한 만큼, 건설주가 가격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동을 둘러싼 전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을 통한 해외 수주 기대도 여전하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를 통해 PF 연체율이 상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장 관련 리스크는 다소 증대된 것으로 추정되나 사업장별 평가 결과 시공사를 통한 사업장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역사적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유가의 상승세에 뒤를 증가세를 보였다”면서 “향후 주택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내 건설사의 수주 잔고가 중동발 해외 일감 위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역사적 최대치에 근접한 코스피 대비 건설업종 할인율은 이미 금리나 PF 관련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지속적으로 강화될 정부의 주택 공급책과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이 업황의 회복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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