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익신고자 불이익조치 금지와 보호조치 신청은 별개로 봐야”

대학병원 설문조사서 A교수 폭행·폭언 등 갑질 논란
소명 과정서 A교수 “소속 물리·작업치료사 법 위반” 고발
직위해제 등 징계…A교수, 권익위에 불이익조치 금지·보호조치 신청
대법 “공익신고 없었어도 징계 사유 충분…불이익조치 금지와 보호조치 별개”
  • 등록 2023-07-10 오전 6:30:48

    수정 2023-07-10 오전 6:40:32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공익신고자 불이익조치 금지와 보호조치 신청은 각 사유마다 별개의 독립된 신청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대학병원 교수인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보호조치 기각결정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3월 C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된 후 겸직허가를 받아 같은 해 4월부터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근무해 왔고, 2018년 4월 대학 교수로 승진 임용됐다.

대학병원은 2018년 7월 ‘갑질·폭언·폭행·성희롱 근절을 위한 노사공동 캠페인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재활의학과 소속 작업치료사들은 2018년 9월 대학병원에 ‘2016년부터 A씨에게 폭행, 폭언, 직권남용 등을 당해왔다’는 내용의 고충민원을 제기(제1 고충민원)했다.

대학병원 산하 특별인사위원회는 대학교에 A씨에 대한 징계 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A씨는 그 소명과정에서 대학병원에 ‘작업치료사들이 진료비를 과다 청구했다’고 신고했다. 대학 총장은 2018년 12월 제1 고충 민원이 제기됐음을 이유로 원고를 직위 해제했다.

2018년 12월 특별인사위원회는 A씨에 대한 겸직해제 요구 안건을 심의했다가 부결됐는데, A씨는 그 소명 과정에서 ‘물리치료사가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 없이 환자들에게 의료기기를 판매했다’는 사실을 신고했다. 또 A씨는 2019년 1월경 대학병원 소속 물리·작업치료사들을 국민건강보험법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대학병원 소속 재활의학과 전공의 2명은 2019년 4월 대학병원에 ‘A씨가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전공의들에게 사적인 지시 등으로 잦은 연락을 했고, 전공의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으며, 작업치료사 폭행 장면이 담긴 치료 동영상을 은폐하도록 지시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고충민원(제2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특별인사위원회는 2019년 11월 A씨의 행위들이 품위유지의무 및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A씨에 대한 겸직해제 요구 안건을 의결했고, 대학병원장은 2019년 11월 대학 총장에게 A씨에 대한 겸직해제 요구를 했다.

A씨는 2019년 12월 국민권익위에 ‘보호조치 및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서를 제출, 대학병원의 일련의 부당한 조치는 A씨의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7조 제1항에 따른 원상회복 등 보호조치를 신청했다. 또 A씨는 ‘이 사건 겸직해제 요구로 인해 대학 총장이 곧 겸직해제 조치를 취할 우려가 명백한 상황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2조 제1항에 따른 불이익조치(겸직해제 요구) 금지도 신청했다.

국민권익위는 조사를 거친 후 2020년 5월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의 취지를 ‘겸직해제 요구는 공익신고로 인한 불이익조치이므로 원상회복을 신청한다’로 정리한 다음, ‘A씨의 신고는 공익신고에, 겸직해제 요구는 불이익조치에 각 해당하나, 각 신고와 겸직해제 요구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보호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에 대한 판단을 별도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1심에서는 “A씨가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과 함께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을 했음은 분명한데도, 권익위는 이 사건 보호조치 신청에 대해서만 기각결정을 했을 뿐 이 사건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한 각종 불이익조치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정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권익위는 이에 대해 추가로 결정할 수 있다”면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보호조치 신청과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은 별개의 신청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결정을 반드시 동시에 하나의 결정으로 해야 한다고 볼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각 신고와 이 사건 겸직해제 요구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결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즉 겸직해제 요구는 A씨의 공익신고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A씨의 각 신고가 없었어도 불이익조치를 했을 만한 다른 뚜렷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과 보호조치 신청은 그 신청요건이 다르고, 구체적인 불이익조치의 내용에 따라 피고가 취할 수 있는 보호조치의 내용도 다양하므로,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과 보호조치 신청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신청”이라며 “하나의 신청서로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과 보호조치 신청이 함께 이뤄졌고, 보호조치 신청사유가 여러 개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이익조치가 공익 신고로 인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오히려 다른 뚜렷한 사유로 인해 이뤄졌다는 점이 피고에 의해 증명된다면,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에 따른 인과관계의 추정은 번복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에 따른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되려면 불이익조치가 공익신고로 인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다른 뚜렷한 사유로 인해 이뤄졌다는 점이 피고에 의해 증명돼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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