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변호사 아들로부터 학폭 피해를 입은 학생은 2년간 정상수업을 이틀밖에 듣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을 겪었다. 지속적 학폭 피해로 우울증·공황장애·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 학생은 당해 연도는 물론 이듬해인 2021년 3월까지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진학은커녕 정신적 피해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피해 학생이 고통받는 사이 정 변호사 아들은 고교 졸업 후 2020학년도 서울대 정시전형에 무사히 합격했다.
학폭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징계처분은 경중에 따라 1~9호까지 분류된다. 정 변호사 아들은 학폭 심의과정에서 가해 행위의 심각성이 확인됐기에 전학 처분을 받았다. 가·피해자 간 재심 청구 등으로 한 때 ‘전학(8호)’이 ‘출석정지(6호)’로 수정되기도 했지만 결국 최종 처분은 ‘전학’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1학기 약 1만 건에 달하는 전체 학폭 심의 건수 중 전학(4.5%)과 퇴학(0.2%)은 4.7%에 불과하다. 그만큼 전학 처분은 웬만큼 심각하지 않으면 내려지지 않는 징계처분이다. 그럼에도 당시 정순신 검사는 ‘법 기술자’의 지위를 악용해 대법원까지 가는 끝장 소송을 진행하면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
이쯤 되니 인사 검증 실패를 제도 탓으로 몰아가는 게 정권의 속성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사 검증 실패 후 뒤따라야 할 자기반성 대신 제도만 뜯어고친다면 교육정책은 조변석개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사건·논란 때마다 바뀌는 제도로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죄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10년 이상 유지될 안정성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쪽은 결국 정권과 정치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