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로 송강호 영화 투자한다…‘제2 기생충’ 흥행 기대”

[STO 인터뷰]강신범 바른손 대표
STO 기반 영화자금 모금, 세계최초 시도
이르면 8월 영화 ‘거미집’ STO 투자 모금
일반인 소액 투자하고 배당 받을 수 있어
영화투자 대안, 영화 즐기는 새로움 기대
  • 등록 2023-03-20 오전 6:30:00

    수정 2023-03-20 오전 9:19:2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르면 올해 8월에 토큰증권발행(STO)을 통한 영화를 세계 최초로 선보일 것입니다. 배우 송강호가 출연하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에 소액 투자를 할 수 있는 STO 첫 프로젝트입니다.”

강신범 바른손 대표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바른손랩스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STO로 영화에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STO를 통한 영화 제작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 굉장히 의미 있는 임팩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손은 오스카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투자사로, 강 대표가 2017년부터 이끌고 있다.

강신범 바른손 대표이사. △1975년생 △고려대 정보경영공학과 공학박사 △바른손 대표이사(2017년~) △바른손랩스 대표이사(2021년~) △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현 GKL사회공헌재단 이사 △현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 이사 △현 안무창작가협회 협회장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2016년) (사진=방인권 기자)


강 대표가 추진하는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물 기반 토큰형 증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소액 쪼개기 투자’와 비슷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STO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부동산·예술품 등이 STO 대상으로 주로 거론됐는데, 강 대표는 STO가 영화 부문에서 ‘영화 콘텐츠 유동화 프로젝트’로서 히트를 칠 것으로 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영화투자 채널의 다변화다. 강 대표는 “그동안 한국의 주요 영화가 특정 대자본에 의존해 만들어지다 보니 다양성·독창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STO가 활성화되면 대자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역량 있는 신진 작가·감독·배우들이 참신한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관객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강 대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감독·배우의 영화를 만들어 보자’며 십시일반으로 STO 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 보상도 받을 수 있다”며 “STO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놀이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비전을 본 바른손은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 수년 전에 영화 ‘거미집’ 투자계약서를 쓸 때 STO 내용을 적시했다. 강 대표는 “제작사 측이 바른손의 진정성과 정도(正道) 경영을 믿고 수년 전에 이같은 내용의 계약서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른손은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규제샌드박스 승인)을 신청했다. 올해 2분기에 승인 결과가 나오면 이르면 8월에 영화 ‘거미집’ STO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바른손은 유진투자증권, SK증권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안정적인 거래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 감독(송강호)이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영화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밀정’, ‘인랑’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연기파 배우들도 출연한다. ‘거미집’은 칸영화제를 비롯한 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1970년대 영화 촬영장이라는 신선한 설정, 거미집에 빠져 몸부림을 치는 처절하면서 웃긴 장면이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6월 촬영을 마친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은 엉뚱한 상황에 놓인 답 없는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라며 “각 배우들의 개성과 리듬을 최대한 살린 앙상블을 독특한 뉘앙스로 재미있게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바른손)


강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가 ‘제2의 기생충’처럼 흥행하길 기대했다. 그는 “기존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전 개발 중인 작품에 펀딩이 진행돼 흥행 실패, 투자자 피해가 있었다”며 “이번 ‘거미집’ STO는 바른손 투자가 이미 이뤄져 STO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 볼 일이 없다. 투자자들에게는 ‘거미집’ 극장 수익이 발생하면 연간 두차례 배당을 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거미집’ STO는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관객에게 보상을 돌려준다’는 웹3 서비스”라며 “집단지성을 통한 투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자산법, STO 개정안 등 관련법도 마련되고 STO 투자한도 규모도 현실을 감안해 상향하는 등 제도적 지원도 검토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STO=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토큰(디지털자산) 형태의 증권(ST)을 발행하는 것이다. ‘증권형 토큰’으로도 불렸으나, 금융위원회는 향후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에 반영할 법령상 용어로 ‘토큰 증권’으로 명명했다. STO가 허용되면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것이어서 ‘조각투자’와 비슷하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실물 기반이어서 코인 투자보다 안정적이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24시간 투자가 가능해 주식·부동산보다 새로운 투자 방식이다. 소액 투자자금을 모으는 측면에선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하지만, STO는 블록체인 기반인데다 주식처럼 배당도 받을 수 있는 점은 기존 크라우드 펀딩과 다른 점이다.

금융위는 올해 2월5일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 국정과제를 반영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가 올해 1월19일 제6차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STO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힌 뒤, 후속 가이드라인을 담은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가 연내에 개정안을 처리하면 이르면 내년부터 STO가 전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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