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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이 올해 정기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185개사가 부실징후 기업(C·D등급)으로 선정됐다. 전년보다 25개사가 증가한 수치다.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기업이 가장 많이 늘었다. D등급 기업은 101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20개사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하는 C등급은 5개사 증가한 84개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정책자금을 받아 가려졌던 부실기업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원 조치가 쏟아지면서 팬데믹 기간에 오히려 생명 연장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됐던 것. 덕분에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38%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잠재 부실이 반영되지 않은 착시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중 고금리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끝나고 나면 NPL 비율도 급등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도 한계기업의 부실위험 지표는 지난해 3.52%에서 올해 3.75% 수준으로 상승했다. 부실위험 지표는 기업이 1년 후 폐업이나 자본잠식 등 부도 상태로 전환될 확률을 의미한다. 부실위험기업 비중도 지난해 12.8%에서 올해 13.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요주의 영역으로 꼽힌다. PF에서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NPL 업체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 PF와 개발과 관련된 NPL이 상당히 나올 수 있다”며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 부동산 담보대출했던 물량도 나올텐데 이쪽 분야 NPL이 가장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NPL 투자 대비 나선 금투업계…“장날이 다가온다”
NPL 투자사 관계자는 “이제 부실채권 관련 투자사 풀은 크게 늘어났다.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질 테지만 경험이 쌓인 전업사들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며 “올해 나온 물량이 적긴 하지만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장이 열리면서 골라 매입할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업투자사 외에도 NPL을 수익원으로 삼아보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NPL 증가 전망에 따라 관련 투자 펀드를 조성하거나 내부에 전담팀 신설을 검토하는 분위기도 오르는 추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년에 평균 10%대 이상의 수익이 보장될 만한 투자처는 부실채권”이라며 “이미 NPL 매입을 대비하는 펀드들이 여럿 조성된 상태고, 내년 초에 관련해 출자를 희망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추가 펀드 조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