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0월 31일까지 뮤지컬 티켓판매액은 3261억 6705만 원이다. 전년 동기(1689억 3142만 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엘리자벳’ ‘마틸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의 티켓 판매가 순조롭고, 연말까지 ‘스위니토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물랑루즈’ ‘영웅’ 등 대작들의 공연이 예정돼 있어 뮤지컬 업계는 올해 4000억 원 시장 돌파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산망에 잡히지 않는 MD 상품 등의 판매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수치는 공연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출범 이후 집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출범 이전까지 뮤지컬계는 주요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 판매액을 기준으로 시장 규모를 추정해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8년엔 3500억 원을 찍었고, 2019년 또한 3000억 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공연통합전산망이 2019년 6월 도입됐고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좌석 띄어앉기 등의 조치가 없어 정확한 시장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뮤지컬계는 첫 4000억 원 돌파라는 점에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공연계가 코로나19 위기의 종식을 선언하게 하는 상징적인 수치라는 점에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4000억 규모의 뮤지컬 시장이 크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전체 공연시장에서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며 “20여 년 만에 이 같이 성장했다는 것은 뮤지컬이 방송, 영화, 대중음악, K팝, 게임처럼 성장할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국내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한국 뮤지컬은 이제 ‘K뮤지컬’로 해외시장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한국과 문화가 비슷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면, 최근엔 뮤지컬의 본 고장이라 할 북미와 유럽으로 진출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오디컴퍼니 관계자는 “향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리드 프로듀서로서 직접 프로듀싱을 목표로 충실히 작품 개발을 하고 있다”며 “인터내셔널 라이선스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선보일 수 있도록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글로벌 프로듀싱 컴퍼니로서 위상을 높여가고자 한다. 현재 중소극장 규모의 공연을 포함해 7개의 창작작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디컴퍼니는 ‘위대한 개츠비’ 외에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두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이야기를 그린 ‘피렌체의 빛’, 쥘 베른 소설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받은 ‘캡틴 니모’ 등의 글로벌 창작 뮤지컬을 개발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도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엔 뮤지컬 ‘팬텀’의 공연 실황을 담은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를 북미 40여 개 도시에서 상영해 북미 시장을 향한 문도 두드렸다. 또한 해외 진출을 겨냥해 한국적 소재를 다룬 소설 ‘한복 입은 남자’의 뮤지컬화도 최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뮤지컬시장의 성장을 반기면서도 이제는 매출을 넘어 뮤지컬 업계 내부의 건강한 성장도 챙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공연시장은 공연장 등 물리적 한계가 있고 내수 시장 또한 이미 포화상태”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선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