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도 한계”…'실적 먹구름' 운용사 끙끙

운용사 순자산총액 9월말 1445조원…상반기와 '비슷'
AUM 변동성은 크지 않아…사업 따라 운용사별 천차만별
주식형 보수 타격·공격적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양극화 현상 극심해…대형사 자금 쏠림 현상 심화
  • 등록 2022-10-28 오전 6:12:00

    수정 2022-10-28 오전 10:41:19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회사가 설립된 이래 최악의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A 중소형 운용사 경영진)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발생 때는 직후에 시장이 급격히 회복했지만, 지금은 고금리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입니다.”(B 대형 운용사 임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직면한 자산운용사들이 울상이다.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수혜로 활짝 웃었지만, 올해 반대의 상황에 놓인 처지다. 운용사별 사업 비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수수료 감소, 채권 손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더해 대형·중소형 운용사 간 양극화 현상, 인력 유출 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체 성적은 ‘유지’…“주식형·부동산 등 비중 따라 갈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운용사들의 순자산총액(평가액 포함)은 1444조6812억원이다. 전 분기보다(1423조3792억원)보다 증가했지만, 지난해 말(1466조1845억원)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운용사 한 임원은 “3분기 전체 성적은 (부진했던) 상반기와 비교해 급감하는 등 크게 변화하진 않겠지만, 각 운용사가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사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전체 펀드 순자산은 0.2% 늘었지만,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91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3조7000억원) 줄었다. 채권형 펀드 순자산은 1.6%(2조원) 감소한 121조3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은 2.4%(3조5000억원) 감소한 14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 증시 변동성 확대되고 금리 인상기 고정이율 상품의 매력도가 커지면서 증권형 펀드 순자산 감소와 금융투자상품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올해 약세장이 지속된 가운데 주식의 경우 주가 하락에 따라서 보수가 줄어들어 국내외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을수록 보수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에서 자금 유출이 없더라도 운용 규모에 맞춰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국내외 주식형 펀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영향이 있고, 보수가 더 낮은 채권형이나 대체투자 쪽은 손익 감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유자산 투자 성과에 따라 여타 수익 타격이 상쇄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증시 하락에 따라 순자산에 연동된 보수가 줄었지만, 고유자산 투자 성과가 유지됐다고 짚었다.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투자할 경우에도 리스크가 따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PF를 많이 한 곳은 내부적으로 매우 큰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라며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없어지고 기존 건은 회수가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있어 좋을 땐 크게 성장하지만 문제가 터지면 타격도 크다”고 전했다.

운용자산 지켜도 이면엔 ‘양극화 현상·인력 부족’ 고름

아울러 전체 운용자산(AUM)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형·중소형 운용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극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대형사 자금 쏠림 현상’의 요인은 △계열사 자금 위탁 △운용업계 주요 신사업인 디지털화, 온라인 마케팅, 퇴직연금,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여력 △안정적인 곳으로의 자금 이동 등으로 꼽힌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주사들이 그룹에 흩어진 운용자금을 모으고 운용 계열사가 이를 위탁받으면서 인력·돈·정보가 집중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운용사의 신사업들이 대체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해 투자 여력에 따라 격차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 옵티머스 사태 이후 현재 하락장이 오면서 불안정한 소형사보다 신뢰가 더 높은 대형사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운용사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새 먹거리는 아예 포기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중소형 운용사 한 관계자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는 대형사가 독점적이고, 디폴트 옵션의 경우 인력·라인업 구축을 위한 비용, 시간을 들이는 것 대비 성공 가능성은 낮아 관련 투자를 멈춘 상태”라며 “ETF도 ‘찔끔’ 전환한다고 해서 대형사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내년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하는 곳들도 눈에 띈다. 비우호적 환경에 공격적 투자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임원은 “올해도 판매관리비 등 비용절감은 지속했지만, 결국 인력 비용이 가장 큰데 소수정예 전문가 집단인 만큼 급격히 감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장 악화에 성과를 내지 못한 인력 유출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임원은 “운용자산 변동성은 예상보다 낮아 변수는 고유재산 운용 성과”라며 “여러 측면에서 운용사별 차이가 크지만, 리스크 관리는 지속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시장은 거시경제 악재들을 상당히 선반영해 내년에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예상하지 못한 돌발 악재만 안 터지길 바랄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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