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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어지러운 세상이다. 온나라가 어수선하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심리적 내전(內戰) 상태다. 총칼만 없을 뿐이지 여야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선 이후 암묵적인 허니문도 사라졌다. 국민통합을 강조했던 승자는 포용이 없다. 때아닌 사정정국을 주도하며 힘을 허비하고 있다. 반성과 혁신을 다짐했던 패자 또한 승복이 없다. 공공연하게 ‘대통령 탄핵’마저 거론할 정도다. 아울러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됐던 여야의 내로남불도 여전하다. 보수·진보 모두 서로를 향한 악다구니만이 남았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 시위라는 기괴한 풍경이 대표적이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유치찬란한 갑질이다.
여야 모두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오십보백보다. 초박빙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권력투쟁이 한창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준석 대표의 토사구팽에 이어 윤핵관의 주도권 다툼이 볼썽사납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엑스맨과 다를 바 없는 행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선거참패를 반성한다면서도 8월 전당대회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재명 의원은 모든 이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기어코 당권도전을 선언했다. 이 의원이 차기 민주당 대표가 되다면 정국은 20대 대선 시즌2다. ‘대선승자 윤석열 대통령 vs 대선패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한다.
여야정의 막장드라마에 멍드는 건 결국 민생이다. 최악의 경제상황과 무능한 정치권 탓에 ‘IMF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이들마저 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보살펴야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건 비정상이다. 여야정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정쟁 중단과 민생 최우선의 대타협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