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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그간 한진에 위탁했던 택배 물량 중 절반 수준을 지난 14일부로 자체 소화하기로 했다. 매달 쿠팡으로부터 740만 박스 수준을 위탁받아 배송해왔던 한진은 이달부터 매달 370만 박스 수준의 물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연 기준 4440만 박스가 줄어드는 것인데, 한진이 지난해 처리한 택배 물량이 5억799만 박스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8~9%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 여파는 곧바로 노조 리스크로 연결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 한진본부는 줄어든 물량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면서 지난 4일부터 서울 강동구와 경기,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기사들이 입은 손실을 본사에서 보존해달라는 취지의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강동구는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며 압박 수위를 낮췄지만, 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오는 18일 예고한 총파업 양상에 따라 한진본부 파업 역시 이에 결집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나라장터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이 제시한 예정가격은 1112억원으로, 기존 사업자였던 CJ대한통운은 예가 대비 98% 수준인 1092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85% 수준인 942억원, 한진은 83% 수준인 920억원을 제시했다. 당장 롯데글로벌로지스부터 올해 1월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을 가동하면서 물량 확보를 위해 상당히 낮은 입찰가를 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이보다 낮은 한진의 입찰가는 도저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게 업계 설명이다.
한진의 지난해 택배 부문 매출은 1조1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 줄어든 207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은 단 1.8%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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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한진을 이끌고 있는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은 때마침 이날 출범 30주년을 맞아 “수익성과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각오를 내놓았는데 이를 위해선 노 사장을 중심으로 한 택배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과 조 사장이 맡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중 글로벌 시장 공략은 국내 택배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만큼 한진 전체에 노조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한진은 2850억원을 투입해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을 구축 중으로 내년 본격 운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노 대표는 한진이 기존 글로벌 사업 강화에, 조 사장은 특유의 글로벌 감각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에 집중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 2451억원을 2025년 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