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온 편지]원전 수출 천금의 기회, 체코

[공관장의 편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내 원전수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높은 체코도 원전 발주 이어져
韓원전에 대한 신뢰 높지만…美·佛 경쟁자 만만치 않아
민관 협력으로 추가 수주 기회 거머쥐어야
  • 등록 2022-04-15 오전 6:00:00

    수정 2022-04-15 오전 6:00:00

[김태진 주체코 대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뚤어진 이웃 강대국의 군사적 위협을 넘어, 전 세계적인 안보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파급력이 어마어마합니다. 단순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도 감내키 어려운데, 공급사슬마저 끊어지면 국가 전체의 사활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는 에너지 자립이 최대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속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 속에서 얼마 전 유럽연합(EU)이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결정을 어렵사리 하였는데, 이제 원전 강화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신규원전 입찰을 준비해왔던 체코 정부도 지난 3월 중순 드디어 입찰을 개시하였습니다. 작년 말 들어선 체코 신정부가 출범 세 달 만에 전격적으로 입찰을 개시한 것입니다. 석유와 가스 수입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자연환경적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에 제약이 있는 체코는 원자력을 안성맞춤의 대안으로 평가합니다. 피알라 총리는 입찰을 개시하면서, 원전이 체코의 에너지 자립. 가격 안정과 함께 경제 부흥을 가져올 것이라고 힘찬 일성을 부르짖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6기 원전은 수명이 순차적으로 종료돼 체코는 이번 1기를 시작으로 향후 3기의 원전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라 합니다.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추가 시장 확보도 유리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유럽 주변국으로의 진출도 기대됩니다. 그래서 체코 원전은 예상 사업규모 약 8조원 이상의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가 중동에서 이루어낸 원전 성공 신화를 유럽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산업 파급효과가 방대한 원전의 속성상 그 의미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프라하 현지에서는 한국 원전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약속한 예산 범위 내에서 공기를 잘 지키며 바라카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과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이나 프랑스와의 전략적 협력이라는 정치·안보적 차원의 고려를 제외한다면, 한국이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최적격이라는 평가를 해 주는 분들이 상당합니다.

또한, 우리가 체코를 비롯한 중·동유럽의 주요 투자국이라는 점은 매우 유리한 요소입니다. 한국은 체코의 4대 투자국입니다. 체코는 현대차 등 우리 기업의 성공적 투자를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 생산 중심지로 발돋움하였습니다. 옆 나라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도 마치 우리 기업들이 분업이라도 하듯이 자동차, 배터리, 첨단 전자기기를 나눠 생산하며 체코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체코는 우리와의 협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보다 높은 부가가치의 첨단산업 육성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입찰 개시와 함께 미국과 프랑스의 활동도 활발해지며 본격적인 수주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통적 원전 강국이자 체코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도 큰 두 나라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전략적 사고 하에 협력해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더불어 기존 원전 인프라를 갖고 있는 체코측의 높은 수준의 현지화(localization)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중첩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차방정식의 해법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민관이 합심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길입니다. 범정부적인 지원과 팀코리아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최상의 파트너라는 점을 체코에 각인시켜, 바라카 이후로 뜸했던 추가 원전 수주의 기회를 거머쥐어야 합니다. 한국의 유럽 원전시장 진출은 우리 산업의 쾌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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