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슈퍼맨이 필요해…서비스 늘며 '숙련도 딜레마'

집객 효과 노리고 편의점마다 경쟁적으로 늘린 서비스
세금 수납, 페이 충전, 중고폰 매입..등초본까지 발급
서비스 고도화하고 늘어 종사자 업무 숙달이 관건
본사도 고객불만 더해 업계 진입장벽 될까 노심초사
  • 등록 2022-01-02 오전 9:00:17

    수정 2022-01-02 오전 9:24:18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세금 수납, 택배 정리, 치킨 조리, 증명서 발급…`

편의점 업계가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편의점 종사자의 업무 강도와 요구하는 숙련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도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역효과와 종사자의 진입 장벽이 될까 봐서 균형을 맞추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서울 노원구 공릉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31일 민원 문서를 내어주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날부터 주민등록등본 등 민원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했다.(사진=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4사가 제공하는 생활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대상을 넓히고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세금·범칙금·4대 보험료를 수납하고 아파트 관리비, 통신요금, 신문대금 등을 받아서 내어 주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교통카드 충전을 넘어 게임 캐시나 페이를 충전하고 현금으로 출납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편의점 결제 서비스도 대표적인 편의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결제를 편의점에서 하는 방식이다.

편의점별로 보면 CU는 중고폰을 매입하고 세븐일레븐은 올해부터 지점에서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을 발급하기로 한 게 눈에 띈다. 편의점 업계가 경쟁적으로 편의 서비스를 늘리는 이유는 집객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편의점을 방문해 소비하는 것을 유도하는 차원이다. 물론 서비스 자체도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수익으로 돌아오지만 주된 수익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관건은 점주와 직원 등 종사자의 서비스 제공 숙련도를 다지는 것이다. 서비스를 늘려 고도화하면서 일부 디지털 관련한 서비스는 중장년층이 소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중장년층을 고용하는 데 인색한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고 한다. 편의점 종사자는 아르바이트가 많아 상대적으로 근속 기간이 짧은 것도 한계다. 업무가 숙달돼도 떠나버리면 새로 진입한 이들에게 다시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서비스가 많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돌발 상황도 빚어지곤 한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날 와인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바코드가 오류로 본사와 삽십 여분을 씨름했다”며 “바코드 생성 오류가 원인이었는데 그동안에 고객 응대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판매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것도 업무 강도를 더한다. 튀기거나 굽기 등 조리법이 단순하지만 추가로 노동력을 요구하는 서비스 영역이다.

편의점 본사는 서비스가 자칫 역효과를 내지 않을지 고심이다. 대부분 챗봇을 도입해서 간단한 설명은 채팅으로 안내하고 일부 편의점은 24시간 콜센터를 열어둬 종사자의 문의를 받아 해결한다.

편의점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면 점포 담당 직원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제공 방법과 취지를 점주와 종사자에게 설명할 만큼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고객의 불만족보다 우려되는 건 편의점 업계 장벽으로 비치는 것이다. 편의점은 가맹사업인데 서비스 고도화가 진입을 꺼리는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십여 년을 편의점 회사에서 근무한 관계자는 “입사 초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점주와 종사자 대상으로 하는 본사 교육이 늘고 강화된 걸 눈에 띄게 체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부는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서비스 강화와 직원 순련도의 균형을 맞추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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