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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에게 손발 저림이나 통증은 없는지 물었는데 어릴 적부터 아팠다고 하면서 지금은 그 시절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있다고 한다. 전형적인 파브리병 증상과 함께 심전도 변화도 전형적이라 가족들의 병력을 유심히 살펴보니 환자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족들 중 신장 투석을 하는 환자들도 일부 있고, 어머니가 심장이 좀 두껍다고 하는데 고혈압이라 진단받고, 외래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파브리병 의심 하에 환자에게 심장 초음파를 진행하고, 소변 검사와 신장 수치 등을 보는 피검사를 진행하면서 파브리병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와 효소검사를 함께 진행하였다.
특히 혈관벽에 축적되어 피부, 신장, 심장, 신경계의 미세한 혈관에 영향을 주어 손발의 통증과 단백뇨, 각막의 혼탁, 심장벽 두께의 증가, 만성 신부전 그리고 뇌졸중(중풍)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심장벽에 침착이 심할 경우, 이완기 심부전에 의해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에 침범이 심할 경우 투석을 진행해야 할 수 있다. 파브리병 유전자는 X염색체와 관련 있어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라 큰 문제 없이 보인자로 지내기도 하지만 남성은 대부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이 군은 효소 검사를 시행했을 때 그 수치가 매우 낮았고, 파브리병 유전자 변이가 발견돼 파브리병으로 진단됐다. 신경전도 검사상 이상 소견과 단백뇨의 동반 그리고 심장 벽의 두께가 조금씩 두꺼워지는 양상으로 심부전 발생 초기에 진단이 되었던 케이스였다.
환자들은 희귀질환이라는 진단을 받는 순간 겁부터 먹거나 유전질환이라는 말을 들으면 상처와 죄책감을 먼저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유전 질환은 본인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표현형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환경적인 요소 등 여러 요인이 결합돼 발생한다. 아울러 최근에는 희귀 유전자 질환들에 대한 치료 약물들이 점차 개발되어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고,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 군은 이제 더 이상 손발 통증으로 고통 받지 않으며, 정상적인 심장 기능으로 2주에 한번 효소 치료를 받으며, 문제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울러 효소 약물 치료를 하면서 비만, 고혈압, 고혈당 등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운동과 좋은 식이습관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군의 어머님 또한 호흡곤란 없이 같은 치료를 받으며, 여행도 다니고 산에도 다니시며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계신다. 희귀난치질환들도 병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고, 긍정적으로 치료 받는다면 얼마든지 치료 가능하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가족 중 특정 질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조기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