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ㆍ4 부동산대책의 한심한 1년 성적표, 국민 볼 낯 있나

  • 등록 2021-08-05 오전 6:00:00

    수정 2021-08-05 오전 6:00:00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30일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난센스다. 집을 빵처럼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한 누구나 안다. 수요억제책에만 매달리던 정부가 여론에 밀려 공급확대로 돌아섰지만 그 문제가 어렵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는 투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을 통해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공공재건축으로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손에 잡히는 통계로는 1.6%인 808가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10% 동의만 얻으면 가능한 시범사업 후보지를 포함해도 1537가구 수준이다. 5만 가구 목표의 3% 정도다.

아파트를 빵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면 될 거라고 믿었던 공무원들이 김 전 장관만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지난한 공급정책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발표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뒤 안 맞는 정책에 아파트 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주택문제를 공공부문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 또는 오류에서 비롯됐다. 공공 재건축과 재개발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공사)에 맡기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이한 판단을 했다. 정부는 속도와 사업성에서 공공 개발이 민간 개발보다 유리하다고 했지만 현실에선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신규 택지 개발도 주민반발 등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1만 가구를 짓겠다던 태릉골프장은 서울 노원구의 반발로 물량이 크게 줄어들 공산이 커졌다. 4000가구를 공급하려던 정부과천청사 부지는 아예 계획이 백지화될 위기다.

정책이 이렇게 꼬이고 있지만 그걸 홍보한 국토교통부에서는 별다른 설명도 없다. 이쯤 되면 정부와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점수조차 매기기 어렵다. 공공이 민간보다 잘하는 분야는 거의 없다. 정부는 민간이 못하겠다는 분야를 맡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이 나서야 한다고 믿고 있다. 민간은 이익만 추구한다는 불신이 뿌리 깊게 배어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결과 현실과 정책이 따로 놀고,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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