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배우로서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배우 유준상(52)은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뮤지컬 ‘비틀쥬스’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난 그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뮤지컬도 자연스럽게 초연작에 많이 출연하게 된다”며 “‘비틀쥬스’도 대본을 받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끌려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주인공 비틀쥬스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CJ ENM,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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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는 1988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2019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최신작으로, CJ ENM이 제작을 맡아 오는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유준상은 정성화와 함께 98억년 동안 세상을 떠돈 유령 비틀쥬스 역에 캐스팅됐다.
물론 ‘비틀쥬스’는 유준상이 선택한 작품은 아니다. 미국 현지 창작진의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비틀쥬스 역에 낙점됐다. 유준상은 “오랜만에 오디션을 봤는데 크게 떨리진 않았다”며 “해외 창작진의 오디션이 국내 창작뮤지컬의 오디션과 비슷한 점도 많아서 우리 뮤지컬이 많이 발전했음을 새삼 느꼈다”고 오디션 당시를 떠올렸다.
유준상은 뮤지컬 ‘비틀쥬스’의 매력을 이야기의 힘에서 찾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미국식 스탠딩 코미디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작품을 분석하며 느낀 것은 이야기가 담고 있는 ‘힘든 인간의 삶을 모두 잘 버티고 있다’는 메시지였다”며 “관객도 이야기 자체가 지닌 재미에 푹 빠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비틀쥬스가 한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도 강조했다. 유준상은 “비틀쥬스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유령이지만, 정작 작품 속에서는 다른 인간처럼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겪는다”며 “유령도 인간도 똑같은 모습은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던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틀쥬스’의 또 다른 매력은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이다. 특히 복잡한 박자의 곡이 많아 연습실엔 피아노 반주자와 드럼 연주자가 늘 함께 했다는 후문이다. 유준상은 “브라스가 함께 하는 재즈 선율이 주는 힘이 있고, 넘버마다 독특한 텐션이 가사와 함께 담겨 있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신이 난다”며 “신나는 음악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주인공 비틀쥬스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의 프로필 이미지(사진=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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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로 새롭고 신나는 도전이지만 연습은 그 어떤 작품보다 힘들었다. 비틀쥬스 캐릭터가 작품을 오롯이 이끌다 보니 많은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적 정서에 맞춰 대사까지 계속 바뀌다 보니 자다가 일어나서도 대본을 외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유준상은 “작품을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을 버텨왔고, 이제 고비를 넘겼다”며 “다음주 개막인데 관객에게 좋은 이야기를 선사할 시간만 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공연에서 가발만 6개 씁니다. 저도 분장을 한 저를 보고 ‘누구지?’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고 신이 나더라고요. 관객 모두를 즐겁게 해줄 ‘저 세상 텐션’을 경험시켜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