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백신, 신속·투명한 정보공개 어디갔나

코로나19 대응 두고 정부, 신속·투명한 공개 강조해와
백신 접종 이후 사라진 원칙
제약사와 비밀유지 협약 등 문제 아닌
화이자 접종 지연, AZ 물량 부족 등
이미 도입된 백신 접종 두고도 한 발 느린 발표
  • 등록 2021-05-04 오전 5:55:00

    수정 2021-05-04 오전 5:55: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치명률 수치가 세계 국가들과 견주어 우수한 편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정부의 빠르고 신속한 정보 공개와 소통이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확진자 등 정보 공개와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스스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코로나19 대응의 최선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정부의 이 같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제약사와 비밀유지협약을 맺었다면서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질타하는 게 아니다. 이미 들어와 있는 백신을 계획대로 접종하는 일을 두고도 당국은 조금도 신속하지도, 투명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우선 1차 접종을 5월 중순으로 연기한 75세 이상 고령층 화이자 백신 접종의 경우가 그렇다. 화이자 백신은 매주 일정량 들어오기로 계획돼 있고, 접종 간격 3주라는 것은 이미 백신이 허가가 이뤄질 때부터 정해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많은 지자체에서 1차 접종이 지연되고, 접종이 연기되는 등 혼란이 발생한 이후에야 2차 접종에 집중하기 위해 1차 접종을 5월 중하순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그뿐인가. 그전까지만 해도 3주에 불과한 짧은 주기 때문에 화이자 백신의 경우 2차 물량을 1차에 활용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가 뒤늦게 2차 접종분을 1차에 활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이자 백신은 그나마 매주 물량이 들어오고 있어 1차 접종이 지연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AZ)에서 터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총 200만6000 회분이 국내 도입 완료된 것은 4월 초다. 그리고 매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숫자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누가 봐도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2일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하루 이틀이면 바닥을 보일 17만6000여 회분만이 남았다. 최소잔여형 주사기(LDS)를 사용한다 해도 여분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당국이 이를 몰랐을까. 당연히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게 당연한 일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려가 나오기 전에 ‘아스트라제네카 추가 물량은 언제쯤 들어올 예정이며 그전까지 어떤 방식을 통해 접종을 이어나가겠다’ 또는 ‘어떤 집단을 접종하고 남은 백신을 활용하겠다’ 등의 계획을 미리 알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가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라는 입장만 고수했다. 이후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그때야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통해 애초보다 10% 많은 물량이 남았고, 추가 물량이 5월 중순에 들어 오니 그때까지는 다른 우선접종대상자들의 물량을 활용하겠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최근 백신을 둘러싼 악의적인 소문과 추측을 근거로 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정부가 곤혹스럽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억측과 부정적인 전망의 상당수는 정부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었다면 불식시킬 수 있었던 사안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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