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동화 같은 환상적 창극, 소원의 의미를 묻다

국립창극단 신작 '나무, 물고기, 달'
소원나무 찾아 떠난 여러 인물들 이야기
한국·인도·중국 설화 엮은 탄탄한 스토리
다채로운 음악·탈춤 몸짓 등 즐길거리 '가득'
  • 등록 2021-03-16 오전 6:00:00

    수정 2021-03-16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국립창극단 신작 ‘나무, 물고기, 달’은 관객을 한 편의 동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다채로운 음악과 배우들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90분간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국립창극단의 새로운 대표작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나무, 물고기, 달’은 히말라야의 수미산을 뒤덮고 있다는 거대한 ‘소원나무’를 찾아 떠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난 속에서 ‘고슬고슬한 쌀밥’을 마음껏 먹고 싶은 게 꿈인 소녀, 108마리 소를 몰고 다니며 진짜 가족을 찾고 싶어하는 소년, 한때 꽃이 가득했으나 지금은 메말라 버린 사슴나무, 그리고 무언가를 정처없이 찾고 있는 순례자가 바로 주인공들이다.

소녀와 소년을 중심으로 길에서 만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진다. 한국, 중국, 인도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마치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케 한다. 작품은 제주도 구전신화 ‘원천강본풀이’를 비롯해 인도의 ‘칼파 타루’ 신화, 중국의 월하노인 이야기 등 우화적 요소를 엮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극본은 연출가 배요섭이 극작가로서 자신의 또 다른 ‘부캐’인 김춘봉이라는 필명으로 썼다.

탄탄한 이야기 못지 않게 다채로운 음악도 인상적이다. 극을 이끄는 세 명의 달지기가 합창으로 소리를 하는 장면 등 기존 창극에선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소리꾼이자 음악감독, 인디밴드 리더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이자람이 작곡과 작창을 맡았다. 이 음악감독은 “인물마다 장면마다 이 정도 선까지 넘어보면 어떨까 싶은 음악적 시도를 해 보았다”고 설명했다.

국립창극단 ‘나무, 물고기, 달’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탈춤을 활용한 배우들의 몸짓, 그리고 그림자와 인형을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가 관객에게 좀처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극 말미에 이르면 각자 다른 소원을 지닌 인물들은 우여곡절 끝에 소원나무를 찾는데 성공한다. 간절히 바란 것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소원나무 아래에서 이들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소원나무의 진짜 진실을 알게 된 인물들을 통해 작품은 관객에게도 소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배 연출, 이 음악감독은 개막 전 가진 인터뷰에서 “사람도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몸도 분비물이 나오고, 마음도 쓰레기를 배출한다”며 “우리 작품은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나무, 물고기, 달’은 결국 모든 것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품은 현대인을 위한 동화로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공연은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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