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은 오히라 에이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국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미처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일본이 수소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2013년 ‘일본재흥전략 :Japan is Back’, 이듬해인 2014년 6월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처럼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꾀한 데에는 2011년 동일본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연히 원전 대신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질문을 던진 배경을 설명하자 오히라 국장은 “일본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 여전히 원전은 주요한 에너지 발전 방법으로 제시돼 있다”며 “수소와 원전은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조달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이 2018년 발표한 에기본이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중 목표를 20.0~22.0%로 제시해 2018년 6%보다 높은 수준이다. 후쿠시마 사태로 일본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 후, 2015년 이후 안전 점검과 보강을 한 원전부터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원전이 멈춘 상태다.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하던 원전이 멈춰버린 자리는 화석연료가 메웠다. 2010년 83.1%였던 일본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2015년까지 92.1%까지 늘어났다. 일본의 친환경에너지 확대 방침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무작정 원전을 재개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를 주목하게 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수소를 원전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2016년 시간당 약 10L 수소를 8시간 연속 만들어낸 데 이어 연구 성과를 더욱 개선한 것이다. 2016년에는 요오드가 배관을 막거나 배관을 부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약 10개의 개량을 통해 이번에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실증에 들어가기 위한 JAEA 오아라이 연구소에 설치돼 있는 ‘고온공학시험연구로’(HTTR)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를 받는 중으로 현재는 가동이 중지돼 있다. 이 때문에 수소 제조를 위한 열을 전기 히터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JAEA는 2027년에는 발전용 가스터빈과 대형 수소제조장치를 HTTR에 연결하고 2027년 시운전을 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가 올 1월 발표한 수소 경제 로드맵에서는 원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은 빠져 있다.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올해 발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에는 원전 발전 비중이 아예 없다.
인터뷰를 나누는 내내 에이지 국장은 ‘수소사회’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수소 에너지가 실용화된다고 해서 일본 내 모든 에너지원을 수소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수소는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원전은 지금도, 앞으로도 일본의 주요 에너지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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