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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유한양행은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텍과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에 대해 총 12억 5500만달러(약 1조 403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 억제하는 ‘똑똑한 항암제’다. 레이저티닙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에만 작용한다.
해당 연구 내용은 유한양행이 지난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공개하며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이번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번 계약 규모는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항암제 ‘올무티닙’ 기술수출로 체결했던 6억 9000만달러(약 771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7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개발 초기 단계에 있던 레이저티닙을 약 10억원에 들여왔다. 이후 오스코텍과 함께 임상2상까지 진행했으며, 그 결과 3년 만에 단순 계산만으로 1400배가 넘는 가치를 키울 수 있었다.
이처럼 제약사가 외부 아이디어와 자원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혁신신약 개발에 나서는 전략이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공동연구 △외주(아웃소싱) △단순투자 △기술도입·이전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 자체는 헨리 체스브로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2003년 처음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개념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해왔다.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신약개발 투자비는 1970년대 평균 1억 4000만달러에서 2000년대 초반 12억달러로 크게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연평균 40개에서 20개 미만으로 줄면서 ‘신약 기근 현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외에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집중해온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 9월 신약개발을 위한 ‘리스크 셰어링 파트너십 모델’을 발표했다. 바이오벤처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삼성이 이후 개발비를 부담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이다. 아울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다케다제약과 손잡고 급성 췌장염 신약 후보물질 ‘SB26’에 대한 미국 임상1상도 진행하고 있다. 신약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성공률은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오픈이노베이션 영역을 넓히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달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 중인 영국 아르고너트테라퓨틱스에 200만파운드(약 30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25%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랐다. GC녹십자셀은 지난 7월 미국 리미나투스파마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환자 맞춤형 면역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미국 알레그로에 2000만달러 규모 지분을 투자했으며, 부광약품은 캐나다 오르카파마에 항암제 개발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지난 5월 초기 투자액의 30배를 웃도는 330억원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전 세계 신약개발 흐름은 광범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가고 있다”며 “그동안 제약사·바이오벤처·정부기관·연구소 등이 협업해 신약 후보물질을 모색해왔고 이번에 결실을 맺은 것이 유한양행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 같은 사례는 꾸준히 나올 것”이라며 “업계에도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 흐름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