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신세계, 유통 맞수 로봇 경쟁

AI 결제 로봇으로 고객 만족·업무효율 한 번에
세븐일레븐 브니, 간단한 농담부터 결제 기능까지
이마트, 자율주행까지 더한 '페퍼' 2차 시연 나서
일각서 "언택트 트렌드 맞춘 다양한 시도" 해석도
업체 "일자리 대체 아냐…핵심업무 강화·쇼핑경험 제공"
  • 등록 2018-09-04 오전 5:30:00

    수정 2018-09-04 오전 5:30:00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타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서 모델이 ‘세계 최초 핸드페이 탑재 인공지능 결제 로봇 ‘브니(VENY)’를 이용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치열한 로봇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들의 만족도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차원에서다.

세븐일레븐 ‘브니’ vs 이마트 ‘페퍼’…쇼핑 환경에 맞춘 기능 탑재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의 대표 로봇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궁금증을 해결해주며, 정보를 수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각자 운영되는 환경에 맞춰 구체적인 기능은 차별화했다.

먼저 롯데의 대표 로봇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근 선보인 AI 결제 로봇 ‘브니(VENY)’다. ‘5살 북극곰’ 콘셉트로 친근함을 더한 이 로봇은 AI 커뮤니케이션·안면인식 등의 기술이 적용돼 보다 친근하게 고객을 맞이한다.

브니는 편의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선보이게 된 만큼 한자리에 고정돼 운영된다. 편의점은 어린 학생들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드나드는 만큼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기능들이 접목됐다. 상품안내는 물론 간단한 유머까지 갖췄다. 1000가지 상황 변화에 따른 음성 서비스도 제공된다. 대화할 때 얼굴에 하트와 웃음 등 여러 가지 표정도 더해 직접 소통에 나서는 듯한 인식을 준다.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 고객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향후에는 기술적 보완을 거쳐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프로모션 제공까지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용카드, 교통카드, 엘페이(L.Pay)뿐 아니라 핸드페이(손 정맥을 인식해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도 가능하다. 핸드페이의 경우 브니와 손을 맞닿도록 설계해 감성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신세계의 대표 로봇은 이마트가 시험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다.

지난 5월 1차 서비스 검증에 나섰던 페퍼는 지난달 말부터 성수점에서 2차 서비스 시연 중이다. 자율 주행과 인공 지능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페퍼는 행사 정보나 휴점일 등 자주 묻는 말에 대한 답을 하거나 상품 로고를 인식해 설명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센서를 이용해 고객 체류 상태를 인지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서비스 챗봇 기능까지 탑재했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고객이 먼저 페퍼에 맥주 상품을 눈앞에 갖다 대면 상품 로고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상품 정보를 안내해줬다. 그러나 2차 서비스에서는 페퍼가 먼저 수입식품 코너에 서성이는 고객을 발견하고 고객에게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질문을 건네고 고객이 답변한 요리에 필요한 소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마트가 서비스 시연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사진=이마트)
상용화까지 과제 많아…인간 대체 가능할까

두 로봇이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세븐일레븐 브니는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구체적인 가격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 측은 지금의 3분의 1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일반 점포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의 페퍼는 아직 응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을 테스트하는 수준이라 갈 길이 더욱 멀다고 할 수 있다.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두 업체가 이처럼 매장에 직접 배치 가능한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연관이 깊다는 평가다.

최근 직원과 불필요한 소통이나 접촉을 최소화하고 서비스와 상품 등을 직접 선택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Un-Contactㆍ비대면)’다. 로봇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편의점은 24시간 영업하는 매장이 많다는 점에서 로봇의 상용화가 주목받는다. 로봇은 업무가 정확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한 번 설치하면 추가적인 야간 수당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소매점에서 출납 등 사람이 하는 단순 업무는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소매업의 추세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옮겨가면서 캐셔 등 단순 업무는 사람보다 로봇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유통매장을 비롯해 다른 업태로 로봇의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와 신세계는 로봇의 개발이 당분간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단순 업무는 로봇이 하되 근무자는 좀 더 핵심 업무에 집중해 매출을 끌어올리자는 측면에서 브니를 개발하게 됐다”며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점포 재고관리나 상품 발주·진열, 물류 관리, 청결, 유통기한 관리 등으로 사람의 업무 기준이 바뀌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로봇의 개발은 당장 적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미래환경에 응용할 기술에 대해 대비를 하는 차원”이라며 “로봇이라는 재미있는 요소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온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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