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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G2(미국·중국) 무역전쟁과 규제 개혁,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남북 경협 등도 하반기 기업들이 꼽은 최대 현안이다. 이외에 △전경련은 환율 변동 △대한상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경총은 고용시장 악화 △무역협회는 반도체 경기 등을 각각 하반기 현안으로 추가했다.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중견련은 4차 산업혁명과 동반성장 추진과정의 불확실성을 걱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올 하반기는 어느 때보다 현안이 많다”라고 푸념했다. 산적한 현안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표정은 어둡다. “안팎으로 틀어막혀 숨쉬기 조차 어렵다”는 경제단체 관계자의 표현이 엄살로만 보이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같아선 하반기 투자와 고용 계획까지 모두 재검토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재계 1위 삼성도 어두운 그림자
경제계 안팎에선 대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외상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적폐이자 청산대상으로 낙인 찍힌 기업들이 연일 계속된 압박에 시달리면서 외상을 크게 입었고, 지금은 후유증으로 성장 동력을 찾을 의지마저 잃고 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기업들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 여건이 더 악화하자,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확대되고 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무역전쟁만 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한데, 당장 다음 달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돼 고정 비용 상승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라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도 거세져 기업 경영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는 것 같다”라고 답답해했다.
인천 서부산업단지에 입주한 주물업체 대표는 “급진적인 노동정책 때문에 직원 90명 중 44%를 감원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초 인상된 최저임금을 납품단가에 반영도 못하는 상태에서 근로시간까지 줄이면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4대그룹 관계자는 “다른 것보다 제도적인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상법, 공정거래법 등을 전면 개편하면 규제에 대응하느라 투자를 늘리기 힘들어지고, 고용 사정도 안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 “기업 기 살려 경제 혈 뚫어라”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문재인정부 기업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투자 환경을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되레 정부는 법인세 인상, 지배구조 개선 요구, 소득주도 성장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잔뜩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나라 가운데 하나다. 기업은 정부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금처럼 정부가 기업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들은 당장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에따른 노동비용 증가가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고, 이는 새로운 투자 의사결정을 저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정부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어떤 부분을 어렵다고 느끼는지 살펴보고, 기업인들의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