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씁쓸한 'LCD 50주년'

  • 등록 2018-05-29 오전 5:00:00

    수정 2018-05-29 오전 7:30:37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배불뚝이처럼 화면이 뚱뚱했던 CRT(브라운관)를 대신한 LCD(액정표시장치)가 등장한 지 50주년이 됐다.

LCD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와의 경쟁 끝에 살아남은 이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LED 등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대형화, 고화질 등을 주도하며 대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관련 학계와 기업이 모이는 최대 행사인 ‘SID 2018’에서 주최자인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는 LCD 50주년을 기리는 특별 세션을 진행했다. 화면이 얇으면서도 큰, 지금의 평판 디스플레이 시대를 연 LCD 기술이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얘기다.

학계에선 떠들썩하게 지나갔지만 업계에선 조용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가 SID에 둔 부스 한켠에 LCD 역사와 LG디스플레이의 LCD 기술발전 과정·연혁 등을 소개하는 별도 구역을 조성했을 뿐이었다. 외려 ‘비상경영’에 들어간 LG디스플레이는 최소 인력만 출장보내기도 했다. 개별 업체로선 기술 개발, 상용화 등 자체적으로 기념할 만할 의미도 적었지만 무엇보다 시장 상황이 가라앉아있다는 이유도 컸다.

국내 업체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굴기다. 중국 업체는 LG·삼성디스플레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BOE가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10.5세대 LCD 공장이 가동률 오르는 동시에 수율이 개선되고, CEC판다와 CEC-CHOT 등도 8.6세대를 새로 가동하는 등 중국 업체는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섰다.

넘쳐나는 공급에 패널 가격도 하락세다.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55인치 TV 패널 가격은 지난해 1분기 200.3달러까지 올랐다가 3분기 188.3달러, 지난 1분기 167.0달러, 2분기 159.0달러로 떨어졌다. 65인치 패널 값도 지난해 1분기 399달러에서 2분기 263.5달러로 1년 반 새 30%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엔 면적으로 따진 대형 LCD 시장 점유율에선 여전히 LG디스플레이가 23%로 1위를 차지했지만 단위 기준 점유율에선 중국 BOE가 21%로 LG디스플레이를 1%포인트 차로 제쳤다. 이 추세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로,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기반 QLED와 8K로 각각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의 추격은 끈질기다. 국내 업체가 우위에 있는 대형 패널에서도 중국 업체가 격차를 좁혀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55인치 패널 기준 중국 점유율이 30%까지 확대된 반면, 한국 점유율은 48%로 50%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중국발(發) 치킨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와, 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한국 업체 간 게임의 결말이 우려스럽다.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가 200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0인치 LCD 패널. 이 패널은 2007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LCD패널로 등재됐다. 사진=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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