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도 잠시. 눈을 비비고 기사 댓글창을 봤더니 “이제 LG가 나설 차례다”, “LG 일해라” 등 차량 사고와 아무 상관없는 LG를 찾는 댓글들이 유독 많다. 무슨 일일까? 이들은 LG(003550)가 한 씨에게 ‘의인상’을 줬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이다. LG도 이런 네티즌들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루 뒤인 지난 15일 한 씨를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하고, 상금과 표창장을 전달해 네티즌들의 바람을 이뤄준 것이다.
한 씨를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했다는 기사에는 “역시 LG”, “LG 잘했다” 등의 댓글이 붙었다. 한 씨 뿐만이 아니다. 요즘 훈훈한 감동을 주는 선행· 미담 기사에는 ‘의인상을 주라’며 LG를 부추기는 듯한 댓글들이 한 무더기씩 따라붙는다. 이런 댓글들의 기저에는 의인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의인들이 대접받아야 더 많은 의인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인상’을 운영하는 LG가 앞장서서 이런 문화를 만들어 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수상자는 LG복지재단 내부 조직인 ‘의인상 선정위원단’에서 결정한다. 의인에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상금을 건네지만, 본인이 원치 않으면 수상 사실을 언론 등에 알리지 않는다. 전달식도 수상자의 생업 현장 또는 관할 경찰서를 찾아 표창과 상금을 전달하는 식으로 조용하게 치른다.
수상자 중에는 경찰·군인·소방관 6명 등 ‘제복 의인’도 있지만, 한 씨처럼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평범한 이웃이 훨씬 많다. 조업 중 생업이 걸린 그물을 끊고 달려가 조난 선원을 구조했던 김국관 선장, 평소 가족같이 자신을 보살펴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든 외국인 근로자 니말 씨,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최형수 씨 등이 그렇다.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용기있는 이 시대의 ‘숨은 영웅들’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에는 사재를 털어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로 숨진 이모 상병의 유가족에게 위로금 1억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