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제약 카나브 패밀리. 왼쪽부터 듀카브, 투베로, 카나브(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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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혈압약은 복합제가 대세다. 카나브 포기가 아니라 카나브의 변신이다.”
편의성과 효과를 높인 복합제가 단일제 시장을 잠식하면서
보령제약(003850)이 자체 개발 고혈압약 ‘카나브’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회사는 단일제 카나브 대신 다양한 복합제로 카나브 패밀리를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의약품 시장분석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카나브 원외처방액은 391억원으로 전년(416억4200만원) 대비 6.2% 줄어들었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약물로 2011년 출시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2014년 단일제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복합제가 혈압강하효과가 좋고 여러 알 먹을 약을 한 알만 먹어도 되는 편의성이 높아진 탓에 복합제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카나브 자체의 입지가 좁아졌다.
업계에서는 “카나브 자체만 보면 정점을 찍은 모양이지만 성분명인 ‘피마사르탄’은 복합제 개발로 쓰임새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령제약은 2013년에 카나브와 이뇨제를 합친 ‘카나브플러스’를, 2016년에는 카나브와 또다른 혈압약인 칼슘채널차단제(CCB)를 합친 ‘듀카브’와 카나브에 고지혈증 성분인 로수바스타틴을 합친 ‘투베로’를 선보였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전체 카나브 패밀리 매출은 2011년 100억원에서 2013년 200억원을, 2014년 300억원을, 2016년 400억원을 넘은 후 지난해에는 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듀카브는 2016년 14억원에서 지난해 92억원으로 6.5배, 같은 기간 투베로는 25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4배 늘었다. 카나브 자체의 시장은 줄고 있지만 카나브 패밀리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복합제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듀카브 같은 ‘ARB+CCB’ 복합제가 가장 큰 시장규모를 차지한다. ARB+CCB는 2013년 3275억에서 2016년 5048억원으로 3년 새 50% 이상 커졌다. 순위도 2013년에는 ARB, CCB에 이어 3위였지만 지속적으로 늘어 전체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31%로 1위에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도 조만간 ‘ARB+CCB+이뇨제’의 3제 복합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고혈압은 약 하나로 관리하다 더 이상 효과가 없으면 다른 계열의 약을 추가하는 패턴으로 처방한다”며 “기존에는 먹어야 할 약의 수가 늘어났지만 복합제는 수를 더이상 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의성이 크다”며“ 또 두 알을 각각 먹을 때보다 약가가 저렴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도 카나브의 영역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승인받은 보령제약의 임상시험 26건 중 70%인 18건이 카나브에 다른 성분의 약을 합치는 연구이다. 현재 카나브에 CCB와 고지혈증을 합친 3제복합제를 비롯해 로수바스타틴 대신 다른 고지혈증치료제 성분인 아토르바스타틴을 합치는 연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회사의 R&D 역량을 ‘카나브패밀리’에 올인하고 있는 셈. 보령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3제복합제, 당뇨 복합제 등 다양한 카나브 패밀리를 개발하고 러시아, 싱가포르 등 신규로 진출하는 나라에서는 성공적인 안착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국산신약이라는 평가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연도별 카나브패밀리 매출.(단위=억원, 자료=보령제약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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