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 ‘멍 때리기’…공연계, 그들이 휴가 보내는 법

업무 연장선이거나 일상 속 여유 즐기거나
첼리스트 이정란·바이올린 김다미 틈틈 휴식
소프라노 임선혜 올해 휴가 제대로 즐겨
'평창음악제' 맞추는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
수장들, 가족과 함께 혹은 나홀로 생각정리
  • 등록 2017-07-27 오전 5:48:34

    수정 2017-07-27 오전 7:53:09

소프라노 임선혜는 올해 오랜만에 제대로 된 휴가를 보냈다. 연주 일정이 없는 틈을 타 지난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프로방스를 다녀왔다.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유쾌한 그녀 성격답게 공연 때는 마시지 못하는 맥주도 마시고 즐거운 여행을 보냈다. 여행지 체크하며 밑줄그어가며 신나서 다녔다는 그녀의 깨알 필기 모습(사진=임선혜 소속사 EA&C).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려는 편이에요. 하하”.

CF 속 대사가 아니다.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간만에 휴가를 즐기는 법이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연주 일정이 없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안하려는 편이다. 그야말로 멍 때리기다. 침대에서 눈 떠서 밤까지 그대로 자는 경우도 있다”며 “연습을 너무 많이 하게 되면 기교적인 면에서 의식하게 되더라. 내 목표는 언제나 무대 위 피아노로 노래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과 다음 달 초(7월 31일~8월 4일) 휴가를 떠난다. 취임 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인 만큼 장소는 최근까지 살던 경남 양산 자택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주어진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겠다며 적극 휴가 권장에 나섰지만 공연계 여름휴가는 남의 얘기인 듯하다. 남들 놀 때, 일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휴가는 늘 공연 일정이 없는 불특정 시일에 간다.

△연주자 대부분 휴가 없어…해외투어중 짬내 여행

해외 연주 일정이 잦은 연주자들은 짬을 내 휴식을 챙기는 편이다. 첼리스트 이정란(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피아니스트 임동혁, 호르니스트 김홍박(사진=목프로덕션·김홍박 페이스북 캡처ⓒJun-Yong LeeⓒSangWook Lee).
흔히 말하는 휴가 시즌에 오케스트라는 오히려 제일 바쁜 시기를 보낸다. 호르니스트 김홍박 역시 올해 ‘여름휴가’는 엄두도 못낸다. 김홍박은 “다만 유럽에 살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기회가 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 한다”며 “사실 악기를 놓고 편하게 여행을 할 수가 없어 악기를 가져가 조금씩 연습을 한다. 가족들에게 조금 미안하다”고 했다.

첼리스트 이정란 역시 잦은 연주 일정 때문에 일상 속 휴식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정란은 “시간이 나면 집에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나 영화를 본다”며 “해가 저물어 시원해지면 탄천이나 고수부지 같은 곳에서 강아지랑 산책을 나가곤한다.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좋아하는 야구팀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여가 생활 중 하나”라고 웃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도 사정은 비슷하다.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연주자답게 해외를 자주 다니기 때문에 이를 여행 삼아 틈틈이 휴식을 취한다. 연주를 마치고 하루 정도 그 지역에 더 머물 수 있을 때는 혼자 걸으며 관광도 하고 그 지역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김다미는 “여름에는 각지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는데 그 지역의 분위기에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수영장이나 스파가 있는 호텔에 머물 때엔 반드시 사용하려는 편이다. 한국이나 미국 집에 있을 때는 친구들과 맛집을 찾거나 강아지와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쾌활한 성격답게 휴가 역시 제대로 즐긴다. 이번 휴가는 연주 일정이 없는 틈을 타 지난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프로방스를 다녀왔다. 콘셉트는 일명 노래가 아닌 다른 예술을 즐기고, 몸과 마음, 목을 모두 쉬게 하는 것. 임선혜는 “좋은 사람과 좋은 곳을 둘러보며 미술이나 건축 등 다른 예술을 즐기면서 즐겁게 보냈다”며 “공연 때는 마시지 못하는 맥주도 기분 좋게 마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럽인들의 경우 2~4주씩 휴가를 다니는 게 일반적인 데 한국인들은 그에 비해 너무 짧은 휴가를 보내 씁쓸하다”고 아쉬워했다.

△휴가 빙자한 일 연장선…“그래도 머리 식혀요”

공연계 수장들의 휴가는 일 연장선에 가깝다.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 극단 걸판 예술감독(왼쪽부터), 한광규 롯데콘서트홀 대표,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공연계 수장들도 일제히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국내외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되, 하반기 계획을 구상하는데 일정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휴가를 반납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대표는 2년째 여름휴가 일정을 이맘 때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맞춘다. 다만 가족과 함께다. 8월초 휴가를 갈 예정으로 아직 날짜는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광규 롯데콘서트홀 대표는 8월 7일부터 9일까지 짧은 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다. 한 대표는 “노모가 계신 터라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국내를 다녀올 생각이다. 바쁜 업무로 가족과 자주 지내지 못했다”며 이날 만큼은 머슴을 자처할 생각이다.

공연기획사 목프로덕션 이샘 대표는 휴가를 빙자한 출장을 가곤 한다. 이번 여름 휴가 역시 기획사 연주자들의 해외 연주 일정을 좇는 일에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흔히 말하는 여름 휴가철은 공연계 하이시즌이기 때문에 공연기획자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상대적으로 공연이 많지 않은 시즌을 피해 여행 계획을 잡거나 그마저도 연주자의 해외 공연 일정에 맞춰 나선다”고 했다.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극작가 겸 연출 오세혁 극단 걸판 예술감독도 휴가 때 일을 겸한다. 오 대표는 “극단이 7월 말 일본 도토리현 버드시어터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다시 돌아와 8월 초까지 밀양연극제에 참여한다. 일과 휴가를 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동 중에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라면서 “새로운 신작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뒤죽박죽인 생각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책도 안가져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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