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가장 저렴한 전용면적 78㎡짜리 아파트만 13억원이 넘어요. 계약금 1억 3000만원에 6개월간 전매 금지가 되니까 1차 중도금 납부까지 생각하면 최소 2억 6000만원은 본인이 마련하셔야 한다는 거죠.”
지난 5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 아파트) 얘기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지 못했다. 아파트 중도금을 계약자 본인 돈이나 신용대출로 받은 자금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청약 결과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평균 청약경쟁률 306대 1. 올해 서울·수도권 최고 기록이다.
강남 재건축 열기가 지나치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중도금대출 규제와 분양권 불법거래 단속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매번 청약경쟁률 기록을 갱신하며 ‘강남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당첨만 되면 웃돈(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이라는 말이 수요자들의 투심(投心)에 불을 지폈다.
정부가 청약제도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조절하는 것은 집이 사치재가 아니라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부양을 위해 청약 1순위 조건을 완화하고 전매 제한 기한 단축하면서 정말 주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는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결국 분양권 전매 과정에서 부풀어진 가격은 실거주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2000년대 중반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등 오랜 기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고분양가가 아니다. 분양가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꺾이지 않는 이상 가(假)수요는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주택이 1등 당첨 로또가 될지, 폭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