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해부터 찬기만 돌던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발표 이후 상업지역에 들어선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최고 39층 주상복합아파트 ‘여의도 자이’(옛 한성아파트)가 재건축된 지 8년 만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한 곳이 시동을 걸면 주변 아파트 단지로 온기가 빠르게 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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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는 16곳으로 7787 가구에 이른다. 모두 1970년대에 지어진 재건축 대상이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단지는 시범·목화·광장·미성·수정아파트 등 5곳이 전부다. 여의도 아파트들은 2009년 ‘한강 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한강변 5개 지역(압구정·여의도·이촌·합정·성수)이 정비구역에 포함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아파트값이 최고점을 찍은 것도 바로 직후인 2010년이었다.
하지만 기부채납 비율을 40%로 높이겠다는 서울시 발표로 추진되던 사업이 올스톱 됐다. 이후 서울시가 기부채납 비율을 15%로 완화하기로 하고, 지난해 최종적으로 51층 이상 초고층 건축을 허용키로 하면서 다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직 추진위원회조차 꾸리지 않은 서울아파트가 가장 먼저 재건축 사업에 재시동을 건 것은 이 아파트가 상업지역에 들어선 소규모(192가구) 단지이기 때문이다. 상업지역의 경우 지구단위계획과 상관없이 개별 건축이 가능하다. 여의도 서울·공작·수정·진주·초원아파트가 대상이다. 서울아파트의 경우 건축법을 적용한 지주공동사업 방식 추진이 유력해 보인다. 지주공동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용적률이 일반 재건축과 달리 최대 750%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주공동사업은 신탁사와 주민들이 공동 시행사로 재건축 사업을 벌이는 형태다.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도 잘 안 내놔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할 길이 열리자 여의도 아파트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확정 발표, 재건축 기대감 상승, 부동산시장 활기가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지난달 대출 규제 강화 이후 거래량이 줄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다만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진단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1790가구) 전용 79.24㎡형은 지난해 2월 6억 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12월에는 7억 6600만원에 팔렸다. 지금은 7억 3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2010년 5월 시세(8억 6000만원)에는 여전히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한강변에 있는 공작아파트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공작아파트 전용 93㎡형은 최근 1년 새 2억원 가까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올랐다가 최근엔 가격 상승 부담과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조금씩 빠지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재건축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여의도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고 초역세권 단지가 대부분이라 투자 관심 지역”이라며 “다만 아직 조합이 설립된 단지가 없고 재건축을 반대하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