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를 희망으로 바꾼 두 명의 스타 음악가가 잇달아 내한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왼쪽)와 영국의 타악기 연주자 에벌린 글레니(사진=안드레아 보첼리 공식페이스북·KBS교향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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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또 다른 능력의 원천이다. 청각을 잃게 되면서 나는 더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영국 출신의 타악기연주자 에벌린 글레니(51)는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여덟 살에 귀를 앓은 뒤 열두 살에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나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 타악기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58)도 장애를 희망으로 바꾼 음악가 중 한명이다. 열두 살에 축구를 하다 머리를 다쳐 시력을 잃게 된 그는 악보를 보지 못하게 됐지만 기어이 성악가의 꿈을 이뤘다. “신은 눈 대신 목소리를 주셨다”고 말하는 그는 ‘영혼을 울리는 가수’로 불린다.
‘음악에는 장애가 없다’며 세상의 편견과 신체적 한계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두 클래식 스타가 잇달아 내한한다.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선 글레니가 먼저 한국을 찾는다. 요엘 레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의 섭외로 내한하는 글레니는 오는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704회)에 나선다. 독주자의 뛰어난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 조지프 슈완트너의 ‘타악기 협주곡’과 국내 작곡가 임준희의 세계 초연작 교향시 ‘평화’를 협연한다. 이날 글레니는 평화·자유·사랑 등에 대한 인간의 갈망과 이 같은 귀중한 가치를 공유하는 일의 의미를 음악으로 전할 예정이다.
글레니에게 음악은 ‘소리’가 아니라 ‘떨림’이다. 그녀는 살갗에 전달되는 악기의 진동과 리듬, 파장을 느끼며 연주한다. 맨발로 연주하는 이유도 미세한 악기의 파동까지 잡아내기 위해서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후 최고의 인기 성악가란 수식어가 붙는 보첼리는 오는 5월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세 번째 내한이자 2010년 이후 6년 만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영화음악을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앨범 ‘시네마’를 발표하고 시작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앨범에 수록한 곡을 앞세워 오페라 아리아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국내 여성 소프라노와의 듀엣곡도 준비한다.
보첼리는 피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재즈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레슨비를 벌다가 전설적인 테너인 프랑코 코렐리의 문하생이 되면서 성악을 시작했다. 1997년 발표한 앨범 ‘로만차’의 수록곡이자 사라 브라이트만과 듀엣으로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보첼리는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말한다. “예술가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나은 것을 구현한다면 그 공은 언제나 청중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그들을 통해 나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 청각장애 타악기연주자 에벌린 글레니가 오는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사진=KBS교향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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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사진=안드레아 보첼리 공식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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