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軍병원' 민간병원 진료 1년새 19만건 급증

민간병원 진료건수 2013년 67만건→작년 86만건 증가
군의관 95%가 의무복무 중인 단기복무자
군당국 재정부담 이유로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축소
  • 등록 2015-12-30 오전 6:00:00

    수정 2015-12-30 오전 6:00:00

육군 의무후송대 장병들이 부상자 이송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1. 육군 모사단 소속 A병장은 지난해 2월 체력단련 도중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을 겪고 군병원을 찾았다. 폐 사이에서 4기로 보이는 악성종양이 발견됐다는 진단결과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앞서 A병장이 상병이던 때 군병원은 X-레이 촬영을 통해 종양을 발견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맡은 군의관이 A병장의 진료기록 카드에 적힌 ‘종양’이라는 문구를 보지 않고 합격 판정을 내린 탓에 종양 발견이 늦었다. 군의관의 부주의로 인한 의료사고였다.

2. 지난해 가을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전역한 B씨는 군 복무 중에 허리 디스크 증상을 앓았다. 그는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청원휴가를 요청했다가 부대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부대 군의관의 설명에 따라 국군홍천병원에서 전문의 소견서까지 받아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 부대 인사과 관계자는 ‘민간병원에서 단순 진료를 받는 이유라면 청원휴가가 아닌 정기휴가를 이용하라’는 답을 내놨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정기휴가를 쪼개 치료를 받았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우려해 그는 가족에게 포상휴가를 받고 나왔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간병원을 찾는 병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걸어들어가 실려서 나온다’는 군병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병사들의 치료비 지원을 위한 건강보험부담금 예탁금 규모를 축소하는 등 되레 민간병원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으로부터 제출 받은 ‘현역병 진료실적현황 및 국방부 예탁금현황’ 자료에 따르면 민간 의료기관을 찾는 병사들은 2013년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민간 의료기관의 현역 병사 진료 건수는 2013년 67만 5576건에서 2014년 86만 3574건으로 1년새 27.8%(18만7998건)나 늘었다. 올들어서는 11월말 현재 84만8455건이다. 전체 병사수가 43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병사 1명당 2회씩 민간병원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근골격계, 외상 등도 민간병원에서 치료하는 병사는 전체의 3분의 2나 된다. 군의관의 95%는 의무복무 중인 단기복무 군의관이다. 병사들이 군병원보다 민간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병사들의 민간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국방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주는 건강보험료는 되레 감소했다. 군은 병사들이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를 대비해 매년 일정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맡긴다.

병사가 민간병원을 이용하면 개인이 진료비의 약 28%를 부담하고 나머지 72%는 건보에 예탁한 건보료를 통해 국방부가 부담한다. 2012년 352억원이었던 건보 예탁금은 2013년 3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방부는 2014년에는 336억원, 올해 333억원을 건보에 맡겼다.

민간병원을 이용하는 병사들이 늘면서 매년 예탁금 부족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작년에 75억원, 올해는 195억원을 국방부에 추가로 청구했다. 이같은 예탁금 부족사태로 인해 일선 부대에서는 병사들의 민간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재정부담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건보에 맡기는 예탁금은 군의무예산 20%나 돼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군은 병사들이 청원휴가를 내고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건보부담금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사들이 필요에 따라 민간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규모 의원급에서도 치료가능한 간단한 진료를 받는 병사들이 많아 건보예탁금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또한 “복무 기피를 위해 청원휴가를 내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절차를 밟는 것일 뿐 진료를 위한 청원휴가를 원천 금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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